이필상 고대총장
두달 가까이 논문 표절 의혹을 받아오던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결국 사퇴 뜻을 밝혔다.
이승환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은 15일 “이 총장이 재단 이사장에게 사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현승종 고려중앙학원 이사장도 곧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상 이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며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어 사후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 이사장은 “24일 열리는 졸업식은 이 총장이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사회와 교우회의 압박에 사의 결심=이 총장은 지난해 말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진 뒤 줄곧 표절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의 조사도 공정하지 않다고 맞섰다. 그러자 교수의회 의장단을 중심으로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일부 단과대 교수들은 이 총장이 제안한 신임 투표에 대해 투표 거부와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재단 이사회가 지난주 초 자진 사퇴를 권유하고, 그동안 침묵하던 교우회마저 14일 누리집에 사설을 올려 “총장 직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하자 이 총장은 크게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39.2%가 참가한 신임 투표에서 88.7%의 지지율을 얻은 게 그나마 물러나는 데 ‘명분’이 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학내 갈등 그대로 노출=이번 사태로 고려대는 명예에 큰 손실을 입었다. 총장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교내 알력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교수의회 의장단과 총장 쪽이 서로 상대를 헐뜯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교우회는 이 총장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총학생회는 지지 성명서를 냈다.
새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도 불씨가 될 수 있다. 현 이사장이 이날 “재단이 총장을 직접 지명하는 방식을 이사들과 상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직선제에서 현재의 간선제로 바뀔 때 일었던 교수 사회의 반발이 재현될 수 있다.
표절 논란 아직 결론 못내=이 총장은 물러나지만, 표절 논란 자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떤 ‘공식’ 결론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절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 없어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훈 교수노조 사무총장(한신대 경제학)은 “이번 사태는 표절을 학문적인 기준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준 결과”라며 “표절에 대한 분명한 원칙 수립과 연구윤리 교육이 매우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진식 기자, 이완 정유경 수습기자 seek1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