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선씨
배화여대 졸업 김금선씨 한식자격증 따 노익장 과시
올해 칠순을 맞은 할머니가 대학 졸업장과 조리사 자격증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23일 열린 배화여자대학교 졸업식장 무대 위에서 김금선(70)씨가 수십년 어린 동기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김정길 학장으로부터 졸업장과 특별상을 받았다. 한국전쟁으로 접어둬야했던 학업의 꿈이 50여년만에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1938년 전남 광양에서 태어난 김씨의 아버지는 미곡 수출상을 운영했다. 넉넉한 가정환경 속에서 김씨는 광양 진상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김씨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전쟁으로 가세는 순식간에 기울어버렸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간신히 미곡 수출상을 운영하던 어머니까지 폐병을 앓게 됐다. 김씨는 학교를 다시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산으로 들로 어머니의 약으로 쓸 뱀을 잡으러 다녔다. 사업을 하는 남편을 만나 경제적으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두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 학업의 길은 점점 멀어져갔다.
지난 1999년 자식들과 함께 살기 위해 서울로 옮겨오면서 김씨는 비로소 공부를 계속할 기회를 만났다. 만학도들을 위한 학교인 서울 송파구의 한림중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젊었을 때부터 아구탕, 추어탕 솜씨로 동네에서 이름을 떨친 요리실력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05년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학과에 입학했고, 지난해에는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 노익장을 과시했다.
김씨는 “늙어서까지 배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나를 이해해준 남편과 자식들에게 감사하다”며 “요리와 우리의 전통 예법을 계속 공부해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가는데 한 몫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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