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위한 박물관 건립에 써달라”
“1970년대 대학생 시절 재일 한국인 후배가 있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체포돼 한국으로 끌려갔죠. 서준식씨가 잡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어요. 그 후배가 붙잡혀간 것을 알리는 활동을 벌이면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전후보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기바 노부요시(68) 목사는 일본에서 꾸준히 ‘전후보상’을 외쳐왔다. 그의 교회에서는 해마다 8월15일을 즈음해 ‘평화의 예배’가 열린다. 지난 1996년부터 일본 전역의 250개 교회가 평화의 예배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교회는 평화의 예배에서 걷힌 헌금과 크리스마스 헌금을 모아,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며 10년째 한국으로 보내오고 있다.
올해에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짓는 데 써달라며 150만엔을 보냈다. 노부요시 목사는 “세월이 가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박물관을 지어 그 분들이 겪은 역사적 진실을 기리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참하게 됐다”며 “전후처리와 보상이 재판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지만, 부족하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안에 들어설 예정인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지난해 신청한 정부 예산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힘을 보태주는 손길이 나라 안팎에서 잇따르면서 건립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목사들과 개인들이 모두 5천만원을 보내왔고,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은 지난 2005년부터 하프타임마다 돌린 모금함을 통해 1억원을 모아 보냈다. 여성단체와 대학생들이 낸 돈까지 합치면 모두 3억여원이 모였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내년 3월1일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매점 자리에 3층 규모로 들어설 박물관은 자료실과 전시실, 세미나실 등으로 꾸며진다. 여기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과 기록, 전쟁범죄와 여성인권에 대한 논문 등 자료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 한쪽 벽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얼굴과 이름을 새기고, 다른 쪽 벽에는 기부자들의 이름을 새겨넣을 계획이다. 문의: (02)365-4016, 후원계좌: 140-003-119353(신한·예금주 정대협)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