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현 김미순씨 부부
신랑·신부 “매년 꽃다발” 등 매니페스토 발표
“매년 첫눈 오는 날 꽃다발 바치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신랑)
“지금처럼 예쁘게 살아 남편이 한눈 팔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신부)
엄상현(39)·김미순(30) 부부는 4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혼인 서약’과 함께 또다른 약속을 맺었다.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유권자에게 내놓는 공약인 ‘매니페스토’를 빗대 앞으로 두 사람이 살면서 지킬 것을 각각 5가지씩 맹세한 것이다. 신부 김씨는 재테크에 최선을 다하고 쓰레기 분리 수거를 철저히 하며, 인테리어 디자이너답게 집을 잘 가꿔 남편이 집에 일찍 들어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신랑 엄씨는 청소·설거지 등 집안 잡일을 책임지며 ‘딴 주머니’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운동을 열심히 해 뱃살을 꼭 빼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만난지 1년만에 화촉을 밝혔다는 신부 김씨는 “결혼을 좀 빠르게 결정해 공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남편이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의 ‘특별한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은 강지원 변호사(58·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동대표)는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이 실천 가능한 약속을 제시하고 이를 반드시 지키는 과정에서 신뢰사회가 구축된다”며 “부부도 사소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 믿음이 싹튼다는 생각에 매니페스토 주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전진식 기자, 신소영 수습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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