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부처 반대 핑계 ‘재계 편들기’비판 일어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이중대표 소송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해, ‘재계 편들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이중대표 소송제 도입에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 내용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고 김동철 열린우리당 의원이 전했다. 박민표 법무부 법무심의관도 “개정안에 이중대표 소송제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상법 쟁점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는 등 최선을 다했으나 부처가 반대하면 국무회의 통과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경부와 산자부는 애초부터 이중대표 소송제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혀 왔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팀장은 “이자제한법은 재경부가 반대해도 법무부가 적극 추진했다”며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중대표 소송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는데,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이를 도입하지 않으려고 다른 부처의 반대를 핑계로 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쟁점조정위원회에서도 이중대표 소송제를 도입하자고 해 법무부가 반대할 다른 명분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중대표 소송제는 모회사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에서 위법행위가 있으면, 모회사의 주식 1%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자회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제도 도입을 주장해 왔다.
법무부도 지난해 10월 이중대표 소송제와, 회사의 이사가 장래 또는 현재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회사 기회의 유용 금지’, 집행임원 제도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자 지난해 12월 재계·시민단체·학계 인사가 참여하는 상법 쟁점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세 가지 쟁점을 재검토해 왔다. 쟁점조정위원회는 세 가지 제도를 모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냈다.
시민단체들은 김 장관이 취임 뒤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 등에서 잇따라 친기업 발언을 쏟아내, 상법 개정안이 재계의 견해를 반영하는 쪽으로 바뀔 것을 우려해 왔다.
한편, 법무부는 회사 기회의 유용 금지와 집행임원 제도는 상법 개정안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상철 김태규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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