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한주)는 지난 1월14일 새벽 60대 할머니를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강간상해)로 구속 기소된 미군 ㄹ(23) 이병에 대해 9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범행 경위와 체포 당시 상황을 보면 자기 의사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했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수사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고령의 할머니를 강간한 것에 대해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아직 어리고 전과가 없는 점, 한국에서의 군 복무를 마치고 송별회를 하는 과정에서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질러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성범죄였다는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인정된다”며 “외국인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내국인과 똑같은 기준에 의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미군 쪽 변호인은 “항소한 뒤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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