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등 밝기 안전기준치 17배 초과…맞은편 운전자 시력회복 속도 더뎌
최근 차를 화려하게 꾸미려는 20~30대 운전자들이 많이 다는 불법 고휘도 방전식(HID) 전조등과 고전력 코팅 전조등이 맞은편 운전자에게 일시적 시력 상실을 일으켜 야간 교통사고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25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시중에 나도는 규격 전조등 2종과 비규격 불법 전조등 6종을 대상으로 비교 실험을 한 결과를 보면, 고휘도 방전식 전조등은 밝기가 자동차 안전 기준치인 438칸델라보다 17.2배나 높은 7553칸델라로 측정됐다. 또 고전력 코팅 전조등 등 다른 불법 전조등의 광도도 안전 기준치를 4.5~12.1배 초과했다.
또 연구소가 조명시설이 없는 야간 국도를 가정한 암실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맞은편 운전자의 시력 회복 시간을 측정한 결과, 규격 전조등은 2.2초인 데 비해 불법 고휘도 방전식 전조등은 3초나 됐다. 이는 시속 60㎞로 달리는 운전자가 돌발 상황이 빚어져 급제동을 할 때 최종 정지 거리가 14m 늘어나는 것과 같다. 운전자가 급커브 구간에 접어들거나 급조된 도로 시설물과 마주쳤을 때 충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불법 고휘도 방전식 전조등은 2만 볼트 이상의 고압으로 방전해 빛을 내는 전구로, 이것을 장착하려면 자동차 무게에 따라 전조등 높낮이가 바뀌는 ‘자동 광축 조절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설치 비용이 수백만원에 이르러 상당수 운전자들은 전조등만 단 채 운행하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4월부터 불법 전조등 부착 차량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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