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에게 실형과 함께 법정구속이 선고됐으나 담당 판사와 직원의 실수로 피고인이 아무런 제지 없이 법원을 빠져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과 법원의 말을 종합하면, 30일 오전 10시20분께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박태안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36)씨에게 징역 2년6월에 법정구속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형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 실무관(주임)에게 구속영장을 건넸다. 불구속 상태의 피고인을 법정구속할 경우 담당 판사는 이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 판사로부터 영장을 받은 실무관 또한 영장 발부 사실을 담당 계장(참여관)이나 교도관에게 말하지 않고 영장 일련번호를 받으러 형사과 사무실로 가버렸다. 이때 교도관이 김씨의 구속 여부를 계장에게 문의했으나, 계장은 박 판사에게 이를 확인하지 않고 “석방해도 된다”고 대답했다. 10여분 뒤 주임이 구속영장을 들고 재판이 열린 102호 법정으로 돌아왔지만, 김씨는 이미 법원을 빠져나간 뒤였다.
박 판사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사 이동을 한 지 얼마 안 된데다 이번이 피고인을 법정구속한 첫 재판이어서 벌어진 일”이라며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구속 사실을 법정에서 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기 혐의치고는 형이 무거워 법정구속 사실까지 말로 설명하는 게 너무 가혹한 것 같아 서류상으로만 처리하려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김씨의 주소지 등에 수사관을 급히 보내 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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