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국민 알권리”
현재 공개변론서 의견 팽팽
현재 공개변론서 의견 팽팽
병역을 면제받은 고위 공직자의 질병 이름이나 면제 사유를 공개하는 것은 위헌인가?
헌법재판소(주심 김희옥 재판관)는 12일 대심판정에서 국회 별정직 4급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정아무개씨가 “질병 이름이나 면제 사유를 관보와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한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 규정은 사생활 비밀과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법률은 1998년 군과 검찰의 수사로 고위 공직자들의 병무비리가 드러나면서 공직을 이용한 부정한 병역 면제를 막기 위해 99년 5월부터 시행됐다. 2004년에는 공개대상이 종전의 1급 이상 공직자에서 4급 이상 공직자로 확대됐다.
청구인 쪽의 조봉규 변호사는 “비선출직 공직자는 병역사항을 공개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치명적인 신체 결함이나 질병, 정신적 질병까지 신고·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법을 제정한 목적에 비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생활 비밀이 침해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은 공직자의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병무청 쪽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내세웠다. 송병주 변호사는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들의 병역사항에 대한 알권리가 있고, 사회 지도층 공직자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는 상대적으로 제한된다”며 “정당한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면 사유가 공개되더라도 불이익이 없고, 공개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일반인과 달리 감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이들은 “질병 이름 공개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인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모든 국가에서 개인의 질병 정보는 비밀정보로서 가장 엄격히 보호된다”며 “사생활의 비밀을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 될 공익이 없으므로 위헌”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면제 사유를 공개하는 것이 법을 만든 목적에 맞지만, 사회적 편견이 심한 질병 등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인권과 조화를 이룬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국회에 입법적 개선을 촉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