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서강대생 되는 ‘몽골 의인’ 삼보드노드
내년 3월 서강대생 되는 ‘몽골 의인’ 삼보드노드
두달전 불길서 20여명 구해 체류허가
한국서 받은 ‘믿음’ 보답하려 ‘열공’ “한국의 아름다운 바다와 컴퓨터 기술을 고향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지난 1일 만난 몽골인 삼보드노드(22)는 앳된 얼굴이었다. 그는 지난 3월 서울 신도림동 주상복합건물 화재현장에서 다른 몽골인 3명과 함께 20여명의 한국인을 구해 ‘의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본인들은 제대로 치료도 못 받은 채 병원을 서둘러 떠나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이후 법무부가 체류 자격을 부여해 ‘한숨’을 돌린 그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몽골 외국어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그에게 지난달 서강대가 내년 3월부터 4년 동안 장학금과 기숙사비, 한국어교육원 수강 등의 지원을 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삼보드노드는 “정말 기뻤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름다운 청년’ 삼보드노드도 한국살이 1년여 동안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처럼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3월, 한국어 실력을 벼리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침대공장이 첫 일터였지만 근무시간은 ‘고무줄’ 같아, 저녁 8~9시까지 일하는 때가 많았다.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월급도 제때 받기 어려웠다. 같은해 12월 부엌가구 공장으로 옮겼지만 처지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물이 없어 몇달 동안 샤워조차 못하기도 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재미도 있었지만 결국 못 버티고 공장을 그만두고 말았어요.” 그 다음 찾은 곳이 건축공사 현장이었고 신도림동 화재가 일어난 것이었다. 화재 당시의 긴박한 상황에 대해 그는 “다른 동료들과 옥상에 올라와보니, 아래쪽에서 구해달라는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다행히 소방관으로 일했던 몽골인 동료가 있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단다. 20여명을 업고 계단을 정신없이 오르내리는 사이 온몸은 흠뻑 젖었다고 한다. 힘들거나 무섭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는 그는 “지금도 그들이 모두 무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새 삶’을 꿈꾸게 된 삼보드노드는 요즘 두 가지 고민이 있다. 하나는 이달 22일 있는 한국어 실력 평가를 준비하는데 ‘쓰기’가 어려워서다. 듣기·읽기는 80% 가량 되는데 생각을 한국어로 옮기는 게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텔레비전도 보고 버즈와 김종국 등 좋아하는 가수 노래도 자주 듣는다. 또다른 고민은 몽골에 있는 여자친구가 근래 부쩍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인터넷 전자우편이나 휴대전화로만 만날 수밖에 없어 너무 안타깝다고 한다. 다행히 8월에 여자친구가 한국에 온다는 그는 “빨리 8월이 와 함께 바다 구경을 가고 싶다”고 했다. 다음달부터 서강대 부설 한국어교육원에서 수업을 듣게 된 삼보드노드는 기자와 헤어지면서 한국어교재를 얼른 사서 미리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많은 사람들께 받은 믿음을 공부로 꼭 보답할게요.”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취재 도움 김상욱(서강대 정치외교 3년)
한국서 받은 ‘믿음’ 보답하려 ‘열공’ “한국의 아름다운 바다와 컴퓨터 기술을 고향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지난 1일 만난 몽골인 삼보드노드(22)는 앳된 얼굴이었다. 그는 지난 3월 서울 신도림동 주상복합건물 화재현장에서 다른 몽골인 3명과 함께 20여명의 한국인을 구해 ‘의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본인들은 제대로 치료도 못 받은 채 병원을 서둘러 떠나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이후 법무부가 체류 자격을 부여해 ‘한숨’을 돌린 그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몽골 외국어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그에게 지난달 서강대가 내년 3월부터 4년 동안 장학금과 기숙사비, 한국어교육원 수강 등의 지원을 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삼보드노드는 “정말 기뻤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름다운 청년’ 삼보드노드도 한국살이 1년여 동안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처럼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3월, 한국어 실력을 벼리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침대공장이 첫 일터였지만 근무시간은 ‘고무줄’ 같아, 저녁 8~9시까지 일하는 때가 많았다.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월급도 제때 받기 어려웠다. 같은해 12월 부엌가구 공장으로 옮겼지만 처지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물이 없어 몇달 동안 샤워조차 못하기도 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재미도 있었지만 결국 못 버티고 공장을 그만두고 말았어요.” 그 다음 찾은 곳이 건축공사 현장이었고 신도림동 화재가 일어난 것이었다. 화재 당시의 긴박한 상황에 대해 그는 “다른 동료들과 옥상에 올라와보니, 아래쪽에서 구해달라는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다행히 소방관으로 일했던 몽골인 동료가 있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단다. 20여명을 업고 계단을 정신없이 오르내리는 사이 온몸은 흠뻑 젖었다고 한다. 힘들거나 무섭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는 그는 “지금도 그들이 모두 무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새 삶’을 꿈꾸게 된 삼보드노드는 요즘 두 가지 고민이 있다. 하나는 이달 22일 있는 한국어 실력 평가를 준비하는데 ‘쓰기’가 어려워서다. 듣기·읽기는 80% 가량 되는데 생각을 한국어로 옮기는 게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텔레비전도 보고 버즈와 김종국 등 좋아하는 가수 노래도 자주 듣는다. 또다른 고민은 몽골에 있는 여자친구가 근래 부쩍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인터넷 전자우편이나 휴대전화로만 만날 수밖에 없어 너무 안타깝다고 한다. 다행히 8월에 여자친구가 한국에 온다는 그는 “빨리 8월이 와 함께 바다 구경을 가고 싶다”고 했다. 다음달부터 서강대 부설 한국어교육원에서 수업을 듣게 된 삼보드노드는 기자와 헤어지면서 한국어교재를 얼른 사서 미리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많은 사람들께 받은 믿음을 공부로 꼭 보답할게요.”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취재 도움 김상욱(서강대 정치외교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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