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26일 대전시 동구 목척교 홍명상가 앞, YMCA 앞, 선화교 등 시내 전역에서 국민평화대행진이 펼쳐졌다. 대전충남 6월 항쟁 20년 사업연대 제공
6월항쟁 전국봉기 고리 역할
대전·충남 9일부터 기념행사
대전·충남 9일부터 기념행사
서울시청 앞 광장 등을 가득 메운 100만 시민들이 연세대생 고 이한열 열사를 가슴에 묻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속으로 삭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1987년 6월. 그 뜨겁던 민주화의 열망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며 그대로 주저앉는 듯 했다. 그 때, 좀처럼 거리시위에 나서지 못했던 대전지역 학생 시민들이 분연히 일어났다. 6월 15일 오후 충남대, 한남대, 목원대생 등 1만여명이 맨손을 불끈 쥐고 한밭벌의 가장 번화가인 중앙로로 쏟아져 나와 ‘독재타도’, ‘직선쟁취’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연도의 시민들이 하나 둘 시위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고, 대전역~충남도청 1.2㎞의 중앙로는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화를 갈구하는 인파, 인파의 물결로 넘쳤다. 민주화를 위한 ‘해방구’였다. 이렇게 시작된 대전의 6월 민주항쟁은 다음 날 고 박종철씨의 출신지 부산을 용솟음치게 하고, 그 다음 날 광주의 5월의 전사들을 들끓게 하더니, 또 다음 날 숨을 고르던 수도 서울시민들을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끌어냈다. 6월 민주항쟁의 전국 봉기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한밭벌의 6월은 이렇듯 남다른 역사적 의미를 가졌다. 그로부터 20년, ‘다시 부르는 희망의 노래’가 대전과 충남지역 시·군 12곳에서 준비되고 있다. 오는 9일 오후 3시 대전시 중구 서대전시민공원과 중앙로, 대전역 등에서 ‘대전·충남 6월 항쟁 20년 사업연대(공동대표 김용우 목사 등 5명)’가 마련한 ‘6월 항쟁 20년 기념 대전·충남인 축제’가 펼쳐진다. 6월 민주항쟁으로 이룩한 민주주의 문화를 주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이다. 20년 전 민주항쟁의 역사적 거리(대전역~으능정이~서대전시민공원)를 오늘에 다시 걸으며 시작하는 이번 축제는 △각종 체험행사로 구성된 5색 희망 만들기 △6월 항쟁 기념 사진전 △아침이슬 함께 부르기 △6월 항쟁 20주년 기념식 등이 펼쳐진다. 저녁에는 추모 굿과 시낭송, 희망의 북소리, 민중가수 공연 등이 이어져 축제의 절정을 장식하게 된다. 특히 이날 참석자들은 민주주의를 가꾸고 지키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실천을 나부터 한다는 ‘희망약속 선언문’을 채택한다. 정완숙 사업연대 사무처장은 “1987년 6월 대전은 6월 민주항쟁의 기운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을 만큼 치열했다”며 “이번 축제가 20년 전 뜨겁고 치열했던 기억을 되살려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를 구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규성 기자 sks219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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