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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섯살 이전 기억 하나도 없어 뿌리 찾아 큰 나무 되고 싶어요”

등록 2007-07-15 19:50

프랑스 입양 35년만에 모국 찾은 허동운씨
프랑스 입양 35년만에 모국 찾은 허동운씨
프랑스 입양 35년만에 모국 찾은 허동운씨
“어, 머, 니!”

그의 입에서 어색한 발음으로 띄엄띄엄 ‘어머니’란 말이 흘러나왔다. 35년 만에 처음 쓰는 한국말이라고 했다.

1972년, 여섯 살에 프랑스로 입양됐던 허동운(41·프랑스 이름 뤼크 퐁소네·사진)씨가 어머니의 나라를 찾아와 지난 11일부터 ‘홀트 국외 입양동포 모국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그에게 모국연수 프로그램은 하나의 ‘문’과 다름없다. “한국의 거리를 걷고, 음식을 먹으며, 한국말을 배우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잃어버린 과거로 돌아가는 문을 열어줄 것 같기 때문”이다.

‘홀트모국연수’ 41살 최연장자
친부모 기록 없어 안타까움

그에게 여섯 살 이전의 기억은 마치 지우개로 지워진 것처럼 깡그리 사라지고 없다. 허씨는 “버려진 아이였다는 것, 양부모에게 또 버림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나도 몰래 기억을 지워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한국은 중국이나 베네수엘라처럼 그저 가 보지 못한 지구상의 한 나라였을 뿐이었다. 프랑스에서의 삶도 친부모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행복했다”고 한다. 입양 2년 만에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이 양부모와 다르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을 정도였다.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갖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문득 친부모에 대한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그는 “프랑스인 아내와 낳은 6살, 8살짜리 두 딸을 보며 ‘내 뿌리를 알아야 내가 더 큰 나무로 자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흔한 살의 여름, 최고 연장자로 홀트의 모국연수에 참여했다. 홀트아동복지회 경정옥씨는 “모국연수 프로그램은 대개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20대가 많이 참여한다”며 “40대가 부모를 찾겠다고 나선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양부모 밑에서 행복했지만
두 딸 보며 과거 궁금해져”

늦게나마 ‘뿌리’를 찾으러 나선 그지만, 그 길은 그리 쉬워 보이질 않는다. 허씨가 대구의 ‘중생원’이라는 고아원(아동보육시설)에 있었다는 것이 그에 대한 한국에서의 마지막 기록이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허씨처럼 버려진 아이들은 부모의 친권포기 각서가 없어도 국외 입양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부모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더욱이 그가 머물던 중생원마저 사라지고 없어, 옛 흔적을 더듬어 보기도 힘든 상태다.

허씨는 “부모님을 꼭 찾고 싶긴 하지만 못 찾아도 인생이 그런 건데요…”라고 힘없이 말했다. 연락처: 홀트아동복지회, (02)322-8673.

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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