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백무동 계곡 들머리인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가흥교 위에서 26일 오후 빨치산 출신 정구현(왼쪽·80)씨와 토벌군 출신 문창권(77)씨가 화해 뜻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뒤편에는 역시 빨치산 출신 송송학(77·얼굴 보이는 이)씨와 토벌군 출신 이동식(76)씨가 얼싸안고 있다. 이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과 토벌군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인민군사령부가 있었던 곳이다. 정구현씨는 1950년 9월 ‘경남유격대’ 창설에 참여한 뒤 빨치산 활동을 하다 자수했고, 송송학씨는 지리산 불꽃사단사령부 지도원, 중앙당 연락부 지도원 등으로 활동했다. 송씨는 52년 2월 마천면에서 있었던 ‘통나무성 1차 공세’에 참가해, 비정규군인 향토방위대 신분으로 토벌에 나섰던 이동식·문창권씨 등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만남은 이날부터 열린 ‘지리산 천왕제’에 앞서 서로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뜻으로 이뤄졌다.
함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