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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기검사’ 어찌하오리까

등록 2005-04-08 18:51수정 2005-04-08 18:51

교사·학부모·학생들 유용성 찬반논쟁

“일기 검사 없이 어떻게 일기 쓰기를 가르치나요?” “일기 검사 때문에 마음속의 솔직한 얘기는 일기에 쓰지 않고 다른 곳에 써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는 인권침해”라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일선 교육계가 ‘일기 검사’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 “솔직한 얘기는 미니 홈피에 써요!”=일기 쓰기 교육의 필요성을 두고 많은 교사들은 글쓰기 능력 향상과 학생 생활지도 등을 꼽는다. 서울 마포 ㄱ초등학교의 강형희(40) 교사는 “없어지면 교사도 편하다”며 “계속 쓰게 하면 표현력도 나아지고, 왕따 같은 문제점이나 집안 환경도 알 수 있다”고 여러 장점을 들었다.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이다. 서울 ㅇ초등학교 6학년 진아무개(13)군은 “학교에서 일기는 이미 ‘숙제’가 돼버려 교육 효과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민거리는 일기에 거의 쓰지 않고, 오히려 싸이월드 미니 홈피에 많이 올려 놓는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ㅁ초등 6학년 이아무개양은 “학교신문을 보고 일기 검사가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알고 친구들과 너무 좋아했다”며 “일기를 안 쓰면 벌을 받는 것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김호정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검사를 하면 아이들이 검사를 의식해 형식적인 글을 쓰기 때문에 진솔한 삶의 기록을 담지 않는다”고 가세한다. 그는 “글쓰기 지도는 국어의 쓰기 시간이나 독후감 쓰기, 수행평가 과제물 등으로, 생활지도는 상담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도 인권위 권고안을 계기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초등학생 학부모 여은주(39·경기 고양시 덕양구)씨는 “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다 보니 선생님마다 지도 방식이 제각각이었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일기 검사를 비롯한 일기 지도 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강제성 없이 자율적으로 쓰는 일기로=인권위 권고안을 계기로 일기는 지극히 사적인 기록인 만큼 검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학생과 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혜화초등학교 김한민 교사는 “일기 쓰기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아이들의 동의 없이 일률적으로 일기장을 거두어 검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ㄱ초등학교 3학년 조아무개(10)양은 “일기 검사를 하니까 일기에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게 된다”며 “또 고민을 쓰더라도 선생님들이 상담도 별로 안 해주기 때문에 일기 검사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기 검사의 효용성을 인정하는 공덕초등학교의 김순이 교감도 “일기 쓰는 것을 두고 상을 주거나 점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교육 효과를 위해 강제성 띠지 않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의 저자인 윤태규 대구 금포초등학교 교사는 “일기를 쓰는 목적은 자기의 삶을 되돌아보고 바르게 가꿔가는 것”이라며 “상을 주기 위해서나, 글쓰기 교육을 위해서, 또는 생활지도를 위해서 일기를 쓰게 하는 것은 일기 쓰기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이종규 김영인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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