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법안 논의를 위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에서 이상민 위원장(대통합민주신당·오른쪽)이 위원회를 공개로 진행하기로 결정을 하자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의사봉을 빼앗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르면 다음달 수사 착수…최장 125일
청와대 ‘거부권’ 행사할지 관심커져
청와대 ‘거부권’ 행사할지 관심커져
이른바 ‘삼성 특검법’을 둘러싼 3당(대통합민주신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과 한나라당의 줄다리기가 22일 절충을 통해 매듭지어졌다. 양쪽 모두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최근 여론 동향에 강한 압박감을 느낀 결과로 해석된다.
양쪽의 합의안이 예정대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12월 말 또는 내년 초쯤 삼성 의혹 전반에 대한 특검 수사가 개시될 전망이다. 그러나 특검법안에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겨냥한 내용이 들어가 있어,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특검 도입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루하고 팽팽하던 신경전은 조금 싱겁게 마무리됐다. 3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최종협상 과정에서 한가지씩을 주고 받았다. ‘3당안’에 들어 있던 삼성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그 대신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2002년 대선과 관련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당선 축하금 수수 의혹을 집어넣었다. 법안 본안의 표현은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등”으로 누그러뜨렸지만, ‘당선 축하금’이라는 명시적 표현은 법안의 제안 이유에 담는 것으로 합의됐다.
이번 특검법안의 수사대상은 매우 방대한 범위에 걸쳐 있지만,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상속 의혹사건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에스디에스(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발행 등이 수사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또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이 근무를 시작한 1997년 이후 현재까지 조성된 불법 비자금 의혹과 2002년 대선자금, 최고 권력층(노 대통령)에 대한 로비자금 등도 수사대상에 올랐다. 이밖에 정치인, 법조인, 공무원, 언론계, 학계 등에 뿌려졌다는 ‘포괄적 뇌물’(떡값) 의혹도 수사 대상에 들어갔다.
김용철 전 법무팀장이 폭로한 비자금 조성과 임·직원 명의 차명계좌 관리 의혹, 이미 검찰에 가 있는 이번 의혹과 관련된 진정·고소·고발 사건 등도 모두 특검이 넘겨 받아 수사하도록 돼 있다. 수사기간은 광범위한 수사범위 등을 감안해 최장 125일로 했고, 말썽 많던 특검 후보자 추천권한은 대한변협 회장에게 주기로 했다.
특검법이 23일 합의 처리되면 ‘공’은 청와대로 넘어가게 된다. 청와대는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법(공수처법)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삼성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국회는 이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청와대 핵심 인사는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그때 가서 입장을 내놓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문제이지만,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누는 모양새가 몹시 부담스럽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공수처법보다는 뭔가 캥기는 구석이 있어서”라는 관측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결정이 주목된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