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독해 수업 불가능
제도변화 등 과제 많아
긴 호흡 단계적 실시를
제도변화 등 과제 많아
긴 호흡 단계적 실시를
“개인차 커 30여명 수업 무리 일괄 시행 땐 부작용 클 것”
“영어수업을 영어로 하는 건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하지만 학급 학생 수가 너무 많고 아이들의 대학 입시 부담이 크다는 게 문제예요. 자칫하면 학생도, 교사도 더 힘들어지게 될 겁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연 ‘영어수업 개선 연구대회’에서 입상한 교사들은 29일 지난해 영어 과목을 영어로 가르쳤던 경험을 들려주며 “학생들 수와 실력 차, 평가방식 개선, 대학 입시 제도 개선, 교재 개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열린 영어수업 발표회에 참가했다. 전국 교사 860명이 도전한 대회에서 14명이 최종 심사를 거쳐 상을 받았다.
경기 성남시 한솔고등학교 유경화 교사는 “고교에 들어가는 순간 아이들은 입시에 무척 신경 쓰게 된다”며 “갑자기 2010년부터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부터 영어로만 하는 수업에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고교로 이어져야 하고, 대학 입시 체제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서구 충남고 조성준 교사도 “아이들에게 곧바로 영향을 주는 시험은 문법·독해 등 읽기 위주인데, 영어로 수업하는 건 말하기·쓰기가 병행되는 것”이라며 “평가방식 개선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급당 학생 수가 많고 학생마다 실력 차도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중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서울 노원구 신상중학교 송은순 교사는 “한 학급 학생 수가 평균 35명에 이르고 학생들의 실력 차도 커서, 당장 시험을 봐야 하는 아이들에게 영어로만 수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송 교사는 이날 발표한 ‘소집단 협력학습’ 방식도 “전국 중1 학생들에게 일반화하는 데는 제한이 있다”며 “다양한 교재도 더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초등에서 첫손에 꼽힌 경북 의성 점곡초교 김정희 교사는 “3학년 학생 9명을 놀이 방식으로 가르쳤는데, 아이들이 말하고 참여할 기회가 많아 개별적으로 관심을 쏟을 수 있었다”며 “방과후 학습 등으로 영어 환경에 노출된 시간이 늘면서 거부감도 줄어갔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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