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자(35·미국명 제니 툴·사진)씨
국외입양인연대, 5일 ‘20만명 매매입양’ 비판 퍼포먼스
“그 비행기가 한국 아이들이 더 이상 돈에 팔려가지 않게 막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입양아 출신인 나경자(35·미국명 제니 툴·사진)씨는 요즘 누구를 만나도 어린이날인 5월5일 만들 비행기 이야기를 한다. 물론 진짜 비행기는 아니다. 서울 망원지구 한강시민공원에서 만들어질 이 비행기는 ‘100원짜리’ 동전 2천개로 바닥에 모자이크될 예정이다. 나씨와, 2004년 그가 같은 처지의 친구 4명과 함께 만든 귀국 입양아 모임인 국외입양인연대(ASK) 회원들과 미혼모돕기 단체인 뿌리의 집 등이 함께 참여한다.
나씨는 1973년 ‘그 비행기’에 태워져 미국의 한 시골 마을로 입양됐다. 그러나, 100% 백인만 사는 시골 마을에서 유일한 동양인으로 자란 그는 자의식이 생기면서부터 태어난 곳에 반드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003년 마침내 그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왔다.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모두 20만명의 입양아가 비행기에 실려 세계 각지로 보내졌어요. 100원짜리 동전은 이들이 모두 돈을 받고 ‘팔려갔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나씨는 그 입양 수수료가 현재 한 명에 1500만~3500만원에 이른다고 밝힌다. 이 중 많은 금액이 입양단체의 운영비로 쓰인다는 게 나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입양아 수출의 최대 수혜자는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라고 밝힌다. 입양아는 80% 이상이 미혼모의 아이들로써, 젊은 미혼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들을 돌보기 위해 사회복지 지출을 늘리기보다 입양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처리해 온 셈이다. 나씨와 국외입양인연대는 이날 비행기 행위극을 다큐로 제작해 홍보용으로 보급하는 한편 미혼모를 위한 법률 제정 등 입양아를 줄이는 제도 마련을 위해 힘쓸 예정이다.
“어떤 짐승도 자기가 나은 새끼를 버리지 않는다는데, 자기 아이를 입양 보낸 미혼모의 가슴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의 말은 ‘20만명의 아이’를 버린 ‘대한민국이라는 엄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글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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