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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촛불 든 학생들을 철없다 마세요?

등록 2008-05-09 15:37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추수 때에 한 한양 사람이 시골로 내려갔는데 지주이므로 기분나쁘지 않게 잘 모셔야 하는 소작인은 집에서 기르던 닭을 잡아 대접을 잘해 드렸다. 지주가 밥상을 혼자 앞에 놓고 앉아 몹시 시장하던 참에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데 소작인의 어린 아들 녀석이 문 앞에 턱을 받치고 서서 지주가 맛있게 밥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먹고 싶어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 녀석은 보나마나 닭고기 먹는 것을 보고 먹고 싶어 그러고 있는것 같으나 배고프던 처지라 먹기엔 그만 바빠서 아이 녀석 생각해 줄 여유도 없었다. 지주는 일부러 보고도 못 본척 하고 자기입으로 가져가기에 바빴는데, 아이 녀석이 혼잣말처럼 손님을 보면서 하는 말이 "아니 영감은 죽은 고기를 다 잡수시네!"

그 말에 지주는 깜짝 놀랐다. 이 망할놈의 소작인이 죽은 닭을 잡아서 밥상에 올렸구나…하고 생각하고 불쾌해서 안 먹으려고 상밑으로 내려 놓자 아이 녀석이 그것을 가져다 닭고기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가난한 집 애들이라 어릴때 부터도 모두 천하게 먹고 크는구나 생각한 손님이 "왜 너는 죽은 닭고기를 먹느냐, 더럽지 않느냐?" 하고 말하니 그 녀석 웃지도 않고 오물오물 고기를 씹어 먹으면서 "영감님 댁에서는 그럼 닭을 죽이지 않고 산 채로 그대로 잡수시나 보지요?" 했다는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금 광우병 논란이 가열된 가운데 어린 학생들의 시위참여를 우려하는 보수언론, 그리고 관계당국이 있다. 촛불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는 어린 학생들을 철없는 행동으로만 몰아 부칠 일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지, 정부당국과 보수언론은 깊이 헤아려야 할것이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처럼 어린 아이라 해서 소견이 모자르고 어른이라고 또한 뛰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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