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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직원 30명 오리식당’ 다 잘리고 4명뿐

등록 2008-05-19 21:37

AI 여파 외식업체 고용불안 후폭풍 조짐
치킨 배달원 등 100만명 영향권 ‘뒤숭숭’
19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의 200석 규모 ㅂ오리전문점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방 한 칸을 제외하곤 불이 꺼져 있었다. 주인을 부르니 방문이 열리고, 방 안에선 직원 6명이 앉아 뭔가를 접고 있었다. ‘점심 메뉴 10%를 할인한다’는 전단지였다. “직원이 6명이냐”는 물음에 “원래는 10명이었는데 최근 4명이 잘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직원은 “장사가 잘 될 때는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 썼는데, 지금은 4명이 잘리고도 직원들이 할 일이 없어 눈치가 보인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그나마 6명 중 2명은 오전 10시~오후 2시, 오후 5시~밤 10시로 나누어 근무를 한다. 서울 봉천동의 한 식당은 1층에 칼국수, 2·3·4층을 대형 오리집으로 운영하다 현재는 1층 외엔 아예 장사를 접었다. 직원이 30명이었는데 현재 남아있는 직원은 4명 뿐이다.

지난달 초 발생해 거의 전국을 휩쓴 조류 인플루엔자의 여파로 치킨집, 오리고기집 등 상인들의 고통이 커져가는 가운데, 닭과 오리를 취급하는 업체에 고용된 직원들이 무더기로 해고당하고 있다. 잦아들지 않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해고’와 ‘고용 불안’이라는 후폭풍을 만들어 내는 셈이다. 가게 주인들은 “한달만 더 지속되면 문 닫아야 할 판이라 당장 줄일 수 있는 게 인건비 뿐”이라고 아우성이다.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약 5만여개의 치킨 프랜차이즈점에서 12만여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양계농가와 가공·유통업체, 오리 관련 업체 종사자를 더할 경우 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권에 있는 사람은 1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주택가 소규모 치킨집 배달원까지 합치면, 밑바닥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심각하다.

당장 인원 감축이 진행되는 식당들 외에도 닭, 오리 도매상이나 유통업체들도 사람을 줄이고 있다. 치킨집에 닭을 공급하는 한 유통업체 직원 조아무개(45)씨는 “우리 직원 8명 가운데 2명은 그만 뒀고, 일이 없어 우리도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닭을 공급하는 회사도 직원 50%를 줄인다는 소문에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이들 종업원 대부분은 다른 곳에 취직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근무 일수나 시간이 줄어 월급이 반토막 나기도 한다. 서울 봉천동의 유황오리집에서 만난 박아무개(48) 부점장은 “원래 한달에 휴무가 다섯 차례인데, 지금은 보름 정도 쉬도록 하고 있다”면서 “직원 중에 따로 가사도우미로 나가는 사람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 식당 점원 김아무개(40)씨는 “고등학생 아들이 2명인데, 월급이 반으로 줄었다. 당장 학원비도 막막하고. 다른 데 취직하기도 힘들다. 어제까지 연달아 12일 쉬다 오늘 처음 나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황춘화 송경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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