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치워라” 비판…인근 주민들도 불만
경찰이 촛불시위대의 청와대 진입을 막는다며 10일 새벽 서울 세종로 네거리 등에 대형 컨테이너를 설치하자 시민과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황당하다”, “창피하다”는 반응과 함께 “현 대한민국 정부의 수준을 보여주는 행위”라는 지적이 많았다.
세종로 인근에 사는 이지수(38)씨는 “저녁 시간에 시위 때문에 경찰 버스 등으로 길을 막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침부터 컨테이너로 막아놓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생존권을 마비시킨 행위”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회사원 최아무개(31)씨는 “청와대가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귀를 닫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촛불시위에 대해 청와대가 보여줬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 근처에 직장이 있는 한 시민은 “평소 3분이면 갈 거리를 컨테이너 때문에 30분 이상 걸려 지각을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회사원 김아무개(33·인천)씨는 “정말 웃겨서 말도 잘 안 나온다”며 “컨테이너가 밀릴까봐 그 안에 모래를 채웠다는 얘기를 듣고는 화를 넘어 서글픔까지 느껴졌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하루 내내 컨테이너 설치를 놓고 부글부글 끓었다. 아이디 ‘체크’(Czech)는 외국의 컨테이너 조형 건물과 세종로의 컨테이너를 비교한 뒤, “이명박 대통령은 예술을 모른다. 다른 나라 사람이 볼까 걱정된다”며 “당장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온라인에 올리는 글 앞머리에 【용접명박】 【컨테명박】 【레고명박】 등을 붙이기도 했다. ‘컨테’이너를 ‘레고’ 장난감처럼 쌓고 ‘용접’한 것을 빗댄 표현들이다.
누리꾼들은 또 “흰 천막을 덮어 스크린을 만들고 ‘식코’(영화)를 관람하자”, “컨테이너에 대형 펼침막을 달자”, “비닐봉지에 모래를 담아와 컨테이너 앞에 계단을 만들자”라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경찰청 누리집도 온종일 ‘시위를 컨테이너로 막은 것은 대외적 망신’이라거나 ‘당장 치워야 한다’ 등의 항의성 글로 넘쳐났다. 권오빈씨는 경찰청 누리집에서 “물리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정부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철윤씨는 “성난 민심을 컨테이너 몇 개로 막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법을 지키면서 법을 집행하라”고 비판했다.
황춘화 최현준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