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저지선 앞 경찰과 몸싸움
시민들 쓴소리엔 “계속 선두 서겠다”
시민들 쓴소리엔 “계속 선두 서겠다”
“의원님이 다 고쳐놔라. 당신들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 “민주당이 정신 차렸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어.”
27일 새벽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7명은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며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 나와 경찰 저지선 맨 앞에 섰다. 팔짱을 끼고 선 강기정·김재윤·김세웅·최규성·안민석·김상희·이종걸 의원의 뒤통수에 시민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한 40대 남성은 “현역 의원은 연행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시민들과 함께 맞을 각오로 나와야 한다”고 소리쳤다. 촛불집회에 스무 차례 넘게 나왔다는 60대 남성은 “그냥 서 있지만 말고 어청수한테 가서 반성문을 받아 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강기정 의원은 “어제 어린이와 노인들이 연행되는 불상사가 있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나왔다. 우리가 몸으로 막겠다”고 말했다. 김상희 의원은 “그동안 촛불집회에 나왔어도 죄송해서 말 한마디 못했다. 이제는 함께 물대포 맞겠다”고 말했다.
새벽 1시10분께 전경들이 한 시민을 낚아채 가자 뒤에 있던 시민들이 일제히 앞으로 쏠리면서 경찰과 의원들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전경들은 시민·의원 가리지 않고 몸으로 밀치고 스프레이 소화기를 쐈다. 이 과정에서 안 의원이 “한 경찰관한테 얼굴을 맞았다”며 거칠게 항의했고, 경찰은 “안 의원이 먼저 주먹질을 했다”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1시40분께 정복경찰을 투입해 의원들을 시민들로부터 격리시켰다. 흥분한 의원들은 전경차 대열 쪽으로 걸어갔다. 김재윤 의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청와대 쪽을 향해 “해도 너무한다. 우리가 얼마나 참아야 끝나냐. 대통령이 국민과 전쟁하자는 거냐”고 외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우리가 모래성 쌓았다. 같이 넘자”고 제안하자, 의원들은 “국민이 있는 쪽으로 가겠다”며 시위대 대열로 돌아갔다.
의원들은 프레스센터 앞 도로에 앉은 채 시민들의 쏟아지는 성토를 계속 들어야 했다. 시민들과 민주당 의원들의 대화는 동이 틀 무렵까지 계속됐다. 의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선두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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