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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첫 30대 프로 향해” 군대·선수생활 이상무!

등록 2008-07-21 22:11수정 2008-09-11 16:26

임요환
임요환
한겨레가 만난 사람
공군에이스팀 임요환 스타크래프트 선수
부대 훈련과 선수생활 병행하며 2년간 공백없애
전략·승부욕이 ‘최장수 비결’…나이·능력은 무관

 2006년 10월, 스타크래프트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던 임요환이 공군에 입대했다.

입대 당시의 큰 화제를 일으켰던 임요환은 현재 병장으로 공군Ace의 대표선수로서 12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프로게이머이자 공군 임요환을 지난 6일 프로리그가 열리고 있는 용산 E-Sports 스타디움에서 만나 근황과 게임산업 등에 대해 물었다. (스타크래프트는 팀 단위인 프로리그와 개인자격으로 참가하는 개인리그로 구분해 열리며, E-Sports는 프로게임 산업을 통칭하는 말이다.)

- 프로게이머이자 공군 임요환으로서 간단한 자기소개 좀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데뷔 10년차 프로게이머 임요환입니다. 현재 공군Ace팀으로 활동하며 공군 위상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최초의 30대 프로게이머를 향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했지요?


“어렸을 때는 PC가 지금처럼 보급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집에서 아케이드 위주로 게임을 즐겼습니다. 그러다가 고3 때 공부를 핑계로 놀러간 친구 집에서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해 여름방학 동안 그 친구 집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스타크래프트에 빠져들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기존의 게임과 달리 혼자 배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 친구는 저를 스타크래프트의 세계로 인도한 선구자와 같았습니다. 몇년 전 그의 소식이 궁금해질 때 쯤, 그가 군복무 중에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집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겠는데요.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재수하는 동안은 스타크래프트를 멀리했지만, 다시 접하게 되면서 학업은 뒷전이 됐습니다. 제가 잘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고 그때부터 스타에 전념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스타크래프트를 발판으로 대학을 마쳤고 대학원까지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원광디지털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상명대 디지털미디어대학원 휴학 중이다) 스타크래프트가 제가 원하던 모든 걸 이뤄주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건 언제였나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볼 때, 열심히 노력해서 우승으로 보답받았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우승함으로써 많은 팬들이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신다는 것이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무엇보다 E-Sports가 10년간 지속되며 프로리그가 지금처럼 12개 팀으로 체계적으로 구성되고, 다수의 대기업들이 참여해 E-Sports 문화를 형성하게 돼 보람이 큽니다.

-현재 활동하는 최고참 프로게이머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노력과 열정, 그리고 승부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별히 타고난 것은 없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전략적인 부분으로 게임을 풀어가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연습할 때 생각했던 부분을 어떻게 하면 전술로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편입니다. 평범한 게임보다는 전략적인 게임을 팬들이 좋아하시기 때문에 저 역시도 이를 즐기는 편입니다.

-게임할 때 보니까 손이 무척 빠른 것 같던데 속도가 어느 정도 나오나요?

“제가 컴퓨터를 잘 다루는 편은 아니라 한글타자는 200타 정도 나옵니다. 그 대신 게임할 때 속도를 측정하는 기준인 APM의 경우 일반 분들은 100에서 150 나오는데 저는 350 정도 나오는 편입니다.

-게임에 졌을 때는 왜 졌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편인가요?

“물론입니다. VOD를 통해서 다시 확인하며 어떤 실수를 했는지 짚어 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아참, 요환이란 이름을 보니까 종교적인 느낌이 드는데 종교를 갖고 있나요?

“저희 집안이 천주교이며, 저도 한때 성당을 다녔었습니다. 요환이란 이름 때문에 성서와 관련된 별명들이 많아서 콤플렉스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세례 받을 때는 고르고니오란 세례명을 직접 골랐습니다.”

 

-별명도 제법 있지요?

“어렸을 때는 제가 좀 얍삽하게 행동하는 편이었는지 얍삽이, 프로게이머 생활하면서는 머리가 크고 어깨 좁아서 임대가르시아 등으로 불렸습니다. (웃음) 공군에서는 병장을 뱀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제가 얍삽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입대 후에는 얍뱀이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학창시절 성적은 어땠나요?

“취미가 없는 과목은 성적이 좋아하지 않은 편이였습니다. 체육이나 생물, 수학의 경우 어려운 부분이 나오기 전까지는 좋아했었는데…. 한번은 학교에서 IQ 검사를 했는데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대충했더니 99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IQ가 두 자리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공군Ace로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과는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현재는 프로리그로 인해 파견 근무 중이라 다른 팀 선수들과는 별다른 교류는 없습니다.”

-사회인으로서의 프로게이머 임요환과 공군Ace로서의 임요환이 되면서 달라진 점들이 있을 텐데 불편하진 않나요?

“생활패턴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입대 전에는 야행성이었으나 지금은 군인 신분으로 생활하다 보니 기상시간도 빨라지고 많은 부분이 변했습니다. 제대 후에는 팀이 운영하는 방식대로 바꾸면서 사회에 적응해 나가야겠지만 지금의 생활패턴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군인정신을 배우게 된 것을 빼먹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 공군Ace가 창단하면서 연습하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E-Sports 초창기로 돌아가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군내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줬으며, 군 생활 경력 또한 쌓여가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지난 6일 프로리그에 참가한 공군에이스팀 임요환(왼쪽에서 두번째)과 선수들.
지난 6일 프로리그에 참가한 공군에이스팀 임요환(왼쪽에서 두번째)과 선수들.

-입대전후의 성적을 비교해본다면 어떤가요?

“개인 승률로 따진다면 공군 입대 전에는 5할 이상은 유지되었지만 입대 후에는 5할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공군Ace팀 같은 경우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차츰 나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은 팀이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최하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 다음 시즌에는 중위권까지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음 리그 도중 제대하는데 팀을 더 상위권으로 끌어올리지 못해 가장 아쉽습니다.”

-군 생활 동안 특별한 에피소드 같은 건 없었나요?

“민간인 때는 경험할 수 없는 총을 쏴 본 게 기억에 남습니다. 떨리기도 했지만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총 쏘는 것뿐만 아니라 입대 후 일주일에 한두 차례 축구하며 팀워크를 다지고 다른 부대원들과 교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전에 공군Ace팀을 맡아주셨던 전임감독님과 전 전임감독님(두 감독 다 제대함)들은 열심히 공군Ace를 이끌고 나가주셨는데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 성적을 내서 죄송스럽고 아쉽습니다.”

 

-최근 공군 Ace팀이 해체위기를 겪었는데 당시 심정은 어땠나요?

“사회에 있을 때 공군의 러브콜을 받고 입대를 결심했습니다. 밖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을지 모르지만 공군을 믿고 입대한 만큼 별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한편으론 공군Ace팀이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특혜라고 보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하는 시각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군Ace도 속해있는 부대의 훈련을 받아가며 노력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일반적인 공군 사병은 6주에 한번 외박을 나가게 되지만 저희 팀은 리그 중에는 외박을 포기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활동중인 프로게이머가 300명 정도인데 그 중 절반이 스타크래프트 선수입니다. 스타크래프트 초기에 신주영이라는 뛰어난 프로게이머가 있었는데 군 제대 후 복귀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한 사례가 있습니다. 공군 소속 프로게이머는 10명에 불과하지만 제대후에도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공군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군Ace 뿐만 아니라 E-Sports 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시선들을 받고 있는데….

“일부 부모님들 입장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축구선수가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겠습니까?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해서 최고의 게이머가 되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아이들의 부모님께 이 직업이 결코 무모하지 않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에 걸쳐 선수 및 관계자들은 그런 시선들을 많이 완화시켰고 앞으로도 잘나가는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매우 안타깝게도 프로게이머가 사회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며 은퇴한 선수들의 인생에 미래가 없다고들 하는데, 혹시 대책이나 대안을 갖고 있나요?

“프로게이머로 생활을 하다보면 친구들과도 연락이 힘들고 멀어지게 되는데, 이는 개인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업적인 특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프로는 상대와의 경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지면 죽도 밥도 안됩니다. 젊었을 때 자신의 능력을 펼쳐서 쟁취하는 것이 맞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람이 있는 반면 뒤쳐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살아남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E-Sports 산업의 종사자들만이 아닌 사회 구성원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일부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E-Sports가 10년 가까이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있다면 어떤 점들이며, 앞으로 E-Sports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반면 긍정적인 시선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대기업들이 E-Sports에 참여하게 되었고 시장은 점점 커져 새로운 문화로서 발전해 왔습니다.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팬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E-Sports가 이벤트등과 같은 게임 외적인 재미를 주기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E-Sports는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감하고 즐기는 문화가 되길 바랍니다.”

-해외 E-Sports는 상황이 어떤가요? 혹시 해외로 진출할 생각은 없나요?

“아직까지는 E-Sports 산업이 존재하는 국가는 중국뿐이지만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팬들 역시 많아져야 WCG 같은 국제대회가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현행의 프로리그가 국제적인 대회로 확대돼 국가간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만약에 제가 외국으로 진출을 하게 된다면 감독직을 맡을 수도 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들로 E-Sports 산업을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제가 아니어도 상관없으니 누군가가 E-Sports 산업을 발전시켜 주었으면 합니다.

 

-입대 전은 물론 입대 후에도 기부 행사 등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행사가 뜻 깊고, E-Sports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정말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서 참여했습니다. 군 입대 후에도 작년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이해 소외아동 돕기 자선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앞으로도 요청이 오면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모습의 임요환이 아닌 본인이 생각했을 때의 임요환은 어떤 사람인가요?

“제가 노력한 것에 비해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로 모든 것이 이루어 진 거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힘 있는 사람도 알게 되고, 저를 바라보며 응원해주는 사람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교도 들어가게 됐고 공군 Ace에서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생 가도 얻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까 경기 도중, 그리고 끝나고 나서 보니 팬들이 아주 많은 거 같은데 하루에 팬레터는 어느 정도 받나요? (인터뷰 사진촬영을 위해 잠시 경기장 밖으로 나가자 40명 안팎의 팬들이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매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사회에 있을 때는 하루 100~150통 정도 왔습니다. 저도 모든 분들께 답장해드리고 싶지만 어떤 분은 해드리고 어떤 분은 못해드릴 수 밖에 없는 점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마음은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나 앞으로 자신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팬들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노력해서 재밌는 경기를 이끌어갔으면 합니다. 제 목표는 할 수 있는 한 프로게이머 생활을 계속 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프로게이머의 능력에는 크게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이 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는데 이런 것들이 게임 성적을 저하 시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요.

 

 

 ■ 임요환은 누구

 

1980년 9월 14일생으로 30대 프로게이머를 눈앞에 두고 있는 임요환은 1999년 ‘SBS 멀티게임 챔피언쉽’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군 입대 전인 2006년까지 각종 개인 대회 및 팀 단위 프로리그에서 우승함으로써 그의 경력을 화려하게 채워나갔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결같이 성실한 연습벌레로 유명한 임요환은 가장 전략적인 프로게이머로도 알려져 있다. 인터뷰가 진행된 7월6일 경기에서도 공군Ace팀의 승패를 결정짓는 상황에 출전, 상대의 기습을 기발한 전략으로 막아내며 팀에 승리를 안겨줬다. 평소에 담배는 전혀 입에 대지 않으며, 주량은 소주 1병~1병반 정도. 그는 지금 자리까지 있게 해준 자신의 손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탁월한 실력과 잘생긴 외모로 연예인 부럽지 않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글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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