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업체와 계약·부당 채용 등
감사원, 34개 공기업 감사결과
상당수 공기업 임직원들이 직무와 관련된 업체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접대를 받는가 하면, 개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감사원이 발표한 34개 공기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개인 비리뿐만 아니라 무면허 공사업체와 수의계약 남발, 무분별한 투자에 따른 경영자금 부실 운용, 부당 채용 및 승진 등 인사 비리와 같은 비리도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공항공사 전 감사 ㄱ씨는 2005∼2008년 3월까지 감사실 법인카드를 이용해 고향 지인의 혼사 등 업무와 관계없는 각종 경조사에 147차례에 걸쳐 화환비로만 모두 1770만원을 지출했다. 그는 가족 휴가 비용 등에 쓴 1082만원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감사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ㄱ씨가 18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출마에 대비해 고향 주민에게 화환을 보낸 것으로 보고, 이날 ㄱ씨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한국중부발전 전 보령화력본부장은 2006년 소방시설업 미등록 업체와 10억원대의 열감시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 소방시설 공사업법 등 위반 혐의로 수사 요청 대상이 됐다.
인천항만공사 현직 사장인 ㅅ아무개씨의 경우 2005∼2008년 법인카드로 개인 술값과 골프 비용 857만원을 결제한 뒤, 공무상 업무추진비로 지출한 것처럼 꾸몄다가 주의 조처를 받았다.
이 밖에, 중소기업은행의 한 지점장은 2005년 6월 여신거래 업체로부터 타이 골프여행 접대를 받는 등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를 받았으며, 한국도로공사의 한 처장도 대학원 박사과정에 합격한 뒤 대학교수 등에게 식사 접대 비용 등 780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가 들통났다.
감사원은 비리 혐의가 드러난 7개 공기업 임직원 12명에 대해 중징계에 처할 것을 해당 기관장에게 요구했으며, 이 가운데 혐의가 무거운 10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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