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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촛불 여성 “짜증내며 벗으라” 경찰 “자연스레 벗은 것”

등록 2008-08-20 10:13수정 2008-08-22 14:01

‘브래지어 탈의’ 촛불여성-수사과장 인터뷰
촛불 여성 “‘여경, 유치장이라 따라야’ 강압 분위기”
경찰 “입감인 인권침해하면 오히려 내부서 욕먹어”
 

 1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 응한 고아무개씨는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2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고씨는 지난 15일 저녁 연행돼 서울 강남경찰서에 40여시간을 머물며 조사를 받았고, 유치장에 입감되는 과정에서 브래지어를 탈의해 달라는 ‘황당한’ 요청을 받았다. 당시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곤란한 상황에 대해 고씨는 비교적 자세하고 담담한 말투로 털어놓았다. 더운 여름에, 색소를 탄 물대포를 맞은 여성이 연행돼 경험해야 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일부 표현을 순화해 소개한다.

 고씨와 이같은 인터뷰를 한 뒤 <한겨레>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강남경찰서 이지춘 수사과장과 두 차례 통화를 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한 이지춘 수사과장의 주장 내용도 가감없이 그대로 전한다.

■ 촛불여성 인터뷰

 “9시께 경찰서에 들어가 11시께 유치장으로 갔다. 여성 경찰관이 우리를 유치장에 입감해야 하는데, 여경이 퇴근한 뒤 연락이 잘 안됐고, 결국 퇴근해 있는 다른 여경에게 연락해 경찰서 오게 한 뒤 우리(5명)를 입감했다.

 유치장 안에 들어가서 여경이 2명씩 들어오라고 해서 방안으로 들어갔는데 브래지어 벗어야 된다고 해서, 처음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해서 놀랐다. 설마 하는 생각에 그냥 나가려고 했는데, 벗어야 한다고 계속 해서 ‘왜요?’라고 물었다. ‘그 끈으로 자살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도 좀 봐줄 수도 있겠지 싶은 생각에 입으려고 했다. 왜냐면 밖에 남자 경찰관도 있고, 남자 연행자도 있는데, 외투도 안주고 가운도 안주는데, 난 흰 면티를 입고 있어서 밖으로 다 비치는 상황이었다. 옆에 있던 언니들이 “너 면티 밖으로 다 보인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경찰은 ‘여기는 어떻게 됐든 범법을 저지르고 들어온 유치장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여경들이 짜증내면서 벗으라고 하고 강압적인 분위기였다.


 그 전에 경찰서 도착해서 지능팀에 들어가 조사를 받을 때 다른 예민한 언니가 물대포에 색소까지 넣은 걸 맞아 계속 따갑다고 호소했다. 몸 전체가 다 젖었으니 굉장히 괴로워했고, 여경이 도착하지 않아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남자 경찰한테 이야기를 했다. 성인이면 다 알아들었을 텐데 처음에는 그냥 무시를 하더라. 처음에는 경찰이 좀 참으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유치장) 안에 들어가면 씻을 수 있다고 안심시켜 참았다. 그런데 그날 밤 안에서도 제대로 씻지 못했다. 입감 뒤 유치장의 남자 경찰에게 샤워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안된다더라. 지능팀에서 된다고 했다고 하니, ‘그건 밖에서 이야기고, 여기는 밤 9시 이후에 물소리 나면 시끄러워서 안 된다’고 하더라. 결국 괴로워하던 언니는 친구가 새벽 1시30분에 속옷을 사다 넣어줘서 갈아입었다. 그리고 세면대에서라도 좀 씻고 싶어서 종이컵을 좀 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안 주더라. 그래서 결국 비누곽을 이용해 급한대로 씻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위에 씨씨티비가 다 비치고 있었더라. 결국 샤워는 다음날 아침 먹고 했다.

 우리 5명과 사기 등 다른 죄로 들어온 여성이 2명을 빼고 다 남자였는데, 너무 수치스러웠다. 반달형 구조에 양쪽 남녀 방이고, 반달형 방 중간에 남자 경찰이 있었다. 얼마나 불편했겠나.

 조사 받을 때도 경찰이 우리에게 짜증을 많이 냈는데, 제가 웃음이 많아서 혼자 생각하다가 웃으면 무섭게 인상쓰면서 ‘왜 웃냐’고 했고, 도장 찍을 때도 손을 쳤다. 평소 같으면 따졌을텐데 위축되는 분위기였다.

 경찰이 집시법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법까지 적용한다고 하는데, 나 역시 모든 대우 자체가 다 부당해 경찰에 법적 대응을 할 생각이다.”

 

■ 강남경찰서 수사과장 인터뷰 

 “지난 금요일(15일) 밤에 여경이 돌아가며 입감을 시켰는 데, 유치 대상자에게 위험 물질, 즉 끈이나 날카로운 것이 있으면 제거해야 하니 브래지어를 벗어 달라고 요구했고, 여성들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래지어를 벗은 사실은 있다. 규정을 보면 입감 기간과는 상관없이, 유치장에 입감을 할 경우 사고의 우려에 대비해 날카로운 물질, 끈 같은 것들을 수거하도록 하고 있다. 유치장 사고는 경찰 3대 사고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이런 규정이 있는 것이고, 규정의 취지 자체가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인권이 어디에 있나. 만약 그 사람들이 정말 수치심을 느껴서 죽어도 벗을 수 없다고 말을 하는 경우엔 강제로 탈의 시키는 것도 아니고, 전부 동의를 얻어서 하고 있다. 요즘 유치장은 온돌 다 깔았지, 벽화 그려놓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쉴 수도 있지, 정말 예전과 비교하면 천국이다.

 그날도 비에 젖어 와서 우리가 샤워도 시켜주고, 속옷도 집에서 가져왔길래 들여보내 주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일부 부추기는 사람들 말을 듣고 문제제기하면 안된다. 만약 이런 부분이 계속 문제가 된다면 그 규정 자체를 명확히 해서, 오해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본다.

 요즘 현장에서 경찰들이 입감인들 인권침해하면, 정신이 나갔다고 욕먹는 게 내부 분위기다. 오히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문제제기해서 현장에 있는 경찰들이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많다.

 집회 때 연행된 이들 외에 다른 2명의 여성 입감자들도 같은 취지에서 탈의를 시켰다. 일반 피의자들의 경우에는 훨씬 더 엄격하게 요구한다.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브래지어, 라이터, 끈 그런 것들은 모두 처음 들어올 때 거른다. (입감자들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해 같은 걸 하기 때문에 꼭 하는 것이다. 볼펜 같은 것으로 자기 몸을 찌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사고는 미연에 방지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집회 시위자들에게 그런 걸 잘 요구 안하는 것은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편의를 봐 주는 측면도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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