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신도심 개발과 핵심 기능 이전으로 전국 주요 대도시의 도심이 급속히 황폐해지자, 지방정부들은 원도심을 살리기 위한 긴급 처방에 나섰다. 인적이 드물어진 옛 도심인 대전 중구 대전극장 거리(왼쪽)와 대구 중구 향촌동 골목. 대전 대구/김진수 김정효 기자 jsk@hani.co.kr
[공동화 현상을 넘어 도심 르네상스]
① 도심 공동화와 재생
① 도심 공동화와 재생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따뜻하고 정이 넘친다. 역사·전통이 있다.”
지난 30일 최동길(42·인쇄업·대전)씨는 “원도심에 산다고 하면 보통 이런 말들을 하는데, 다른 말로 하면 ‘낡아빠지고 뒤떨어졌다’는 의미와 다를 바가 없다”며 “아무런 대책없이 도시의 중심축을 새 도심으로 모두 옮겨가면서 원도심은 완전히 망해버렸다”고 말했다.
원도심이 대책없이 무너져내리고, 원도심 주민들의 불만이 끓어오르자 지방정부들이 온갖 아이디어를 담은 원도심 활성화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계획들은 신도시 방식으로 대규모 도심 재개발 사업을 벌이는 데만 집중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광주 금남로·대구 동성로 등 개별 단위 추진
균형발전기금 부족 등 부동산 사업 수준 그쳐
“공공시설 투자에 역사성·공동체 특성 살려야” 광주시는 2004년 ‘광주도심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전담 조직인 도심활성화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이 계획은 2020년까지 1조5920억원을 들여 도심에 △아시아 문화전당 건립 △금남로·충장로 활성화 △광주천변 재개발 △문화산업단지 조성 등 야심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이 2007년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 편입되면서 도심활성화 추진단은 해체됐고, 사업 주체도 문화부, 광주시, 자치구 등으로 갈리면서 추진력을 잃은 상태다. 이욱현 광주시 동구 부구청장은 “원도심은 새로운 산업단지나 주거지를 조성할 땅도 없고, 자금도 부족하다”며 “도심 공동화는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광주시 스스로 도심 활성화 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2012년 아시아 문화전당과 2023년 문화도시 완공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막막해 했다.
대전시는 시청을 둔산 신도심으로 이전한 1998년 ‘원도심 활성화 및 유(U)턴 프로젝트’를 세운 뒤 제목만 수십 쪽에 달하는 대책들을 세우고 시행해 왔다. 대전역 동서관통도로와 지하철 1호선 개통, 으능정이 젊음의 거리 활성화, 용수골 대학촌 건설 등의 사업은 원도심의 특성화를 시도하고, 교통 접근성을 높여 유동 인구를 늘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도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재래시장의 현대화나 전문상가 거리 특화 발전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낡은 주거지역은 고층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서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주변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전경실련 이광진 사무처장은 “도심재생의 의미는 원도심의 시민들에게 일자리와 적절한 주거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현재 지방정부의 도심재생은 부동산 재개발사업으로 전락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좀더 많은 공공시설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사업을 민간에만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시는 아직까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올해 말에야 근대 건축물들을 활용하고 주변 환경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원도심 재생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대구시는 도심의 역사·문화 사업에 중점을 둬 대구읍성 길을 되살리고, 이상화·서상돈 등 유명인물의 옛집을 복원·정비하려 하고 있다. 이상용 대구경북연구원 공간시스템연구실장은 “동성로 개선 사업은 노점상인,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은 택시업계와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도심 재생의 필요성과 방식과 관련해 얼마나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 대도시들의 원도심 활성화 대책이 천편일률적이고 부동산 사업 수준의 재개발에 머물자 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하고 균형발전기금을 조성해 광역 단위의 도시정비사업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도심 재개발은 여전히 개별 지구나 사업자 단위로 추진되고 균형발전기금 지원도 미미하다. 유상혁 우송대 건축학과 교수는 “중앙정부는 재원을 마련해 도심재생 지원계획을 세워야 하고, 지방정부는 원도심의 상징성과 역사성, 주민 커뮤니티(공동체) 등 장점을 살리는 공간 모델을 찾아야 원도심 재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전 광주 대구/송인걸 안관옥 박주희 기자 igsong@hani.co.kr
균형발전기금 부족 등 부동산 사업 수준 그쳐
“공공시설 투자에 역사성·공동체 특성 살려야” 광주시는 2004년 ‘광주도심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전담 조직인 도심활성화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이 계획은 2020년까지 1조5920억원을 들여 도심에 △아시아 문화전당 건립 △금남로·충장로 활성화 △광주천변 재개발 △문화산업단지 조성 등 야심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이 2007년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 편입되면서 도심활성화 추진단은 해체됐고, 사업 주체도 문화부, 광주시, 자치구 등으로 갈리면서 추진력을 잃은 상태다. 이욱현 광주시 동구 부구청장은 “원도심은 새로운 산업단지나 주거지를 조성할 땅도 없고, 자금도 부족하다”며 “도심 공동화는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광주시 스스로 도심 활성화 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2012년 아시아 문화전당과 2023년 문화도시 완공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막막해 했다.
대전시는 시청을 둔산 신도심으로 이전한 1998년 ‘원도심 활성화 및 유(U)턴 프로젝트’를 세운 뒤 제목만 수십 쪽에 달하는 대책들을 세우고 시행해 왔다. 대전역 동서관통도로와 지하철 1호선 개통, 으능정이 젊음의 거리 활성화, 용수골 대학촌 건설 등의 사업은 원도심의 특성화를 시도하고, 교통 접근성을 높여 유동 인구를 늘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도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재래시장의 현대화나 전문상가 거리 특화 발전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낡은 주거지역은 고층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서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주변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전경실련 이광진 사무처장은 “도심재생의 의미는 원도심의 시민들에게 일자리와 적절한 주거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현재 지방정부의 도심재생은 부동산 재개발사업으로 전락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좀더 많은 공공시설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사업을 민간에만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시는 아직까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올해 말에야 근대 건축물들을 활용하고 주변 환경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원도심 재생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대구시는 도심의 역사·문화 사업에 중점을 둬 대구읍성 길을 되살리고, 이상화·서상돈 등 유명인물의 옛집을 복원·정비하려 하고 있다. 이상용 대구경북연구원 공간시스템연구실장은 “동성로 개선 사업은 노점상인,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은 택시업계와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도심 재생의 필요성과 방식과 관련해 얼마나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 대도시들의 원도심 활성화 대책이 천편일률적이고 부동산 사업 수준의 재개발에 머물자 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하고 균형발전기금을 조성해 광역 단위의 도시정비사업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도심 재개발은 여전히 개별 지구나 사업자 단위로 추진되고 균형발전기금 지원도 미미하다. 유상혁 우송대 건축학과 교수는 “중앙정부는 재원을 마련해 도심재생 지원계획을 세워야 하고, 지방정부는 원도심의 상징성과 역사성, 주민 커뮤니티(공동체) 등 장점을 살리는 공간 모델을 찾아야 원도심 재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전 광주 대구/송인걸 안관옥 박주희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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