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회사 시험보려 근무 빠지기
회사쪽은 응시 막으려 안간힘
회사쪽은 응시 막으려 안간힘
지난해 한 중견 제조업체에 입사한 양아무개(29)씨는 격주로 돌아오는 일요일 근무를 피하려고 지난달 회사에 ‘가짜’ 청첩장을 냈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가 맘에 들지 않아 지난 1년 동안 남몰래 입사시험 준비를 해왔지만, 가고 싶은 회사의 입사시험일이 일요일 근무와 겹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양씨는 “다니는 회사에서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다 보니, 결혼도 안 한 사촌동생 이름을 빌려 청첩장을 몰래 찍었다”고 고백했다.
기업의 하반기 공채가 본격화하면서, 회사를 옮기려는 젊은 직장인들과 이들을 붙잡으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색다른 ‘숨바꼭질’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좀더 나은 조건을 갖춘 회사로 옮기려는 입사 1~3년차 사원들은 어떻게든 휴일을 만들어 시험을 보려 하고, 해마다 신입사원들의 이탈을 겪는 기업들은 응시 자체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입사시험 날짜 등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고, 친지의 결혼이나 회갑 등을 이유로 휴일 근무에 빠지는 이들에겐 ‘청첩장’ ‘초대장’ 등을 증거로 내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벌써 두 번이나 이직을 하고도 여전히 더 좋은 조건의 대기업 취직을 준비 중인 곽아무개(30)씨는 “정말 죄송한 얘기이지만 5년 전 돌아가신 외조모는 최근에도 두 번이나 더 돌아가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을 위한 ‘회사제출용 소량 청첩장’ 등과 같은 기획상품도 덩달아 인기다. 일부 청첩장 제조업체들은 누리집에 “청첩장 한 장만 필요하신 분을 위해 마련한 제품”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1만원에 1~3장의 청첩장을 인쇄해 준다. ㅇ청첩장 제조업체 백아무개 대표는 “2년 전에 한 손님이 급하게 한 장만 필요하다고 부탁을 해 시작한 상품인데, 휴가를 내려 하는데 마땅한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100인 이상 34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 동향과 특징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신입사원 가운데 36.6%가 이직 등을 이유로 퇴사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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