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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학이여, 도심으로 돌아와주오”

등록 2008-09-15 22:36

과거 도시의 팽창에 따라 도심에서 외곽으로 옮겨졌던 대학을 다시 도심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민들이 제주대학을 유치하려고 추진중인 제주대병원 일대의 모습.  한라일보 제공
과거 도시의 팽창에 따라 도심에서 외곽으로 옮겨졌던 대학을 다시 도심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민들이 제주대학을 유치하려고 추진중인 제주대병원 일대의 모습. 한라일보 제공
제주 주민들 “병원 떠나는 자리에 캠퍼스 유치”
구도심 활성화 기대…제주대도 이전에 긍정적
과거 서울대의 핵심이었던 문리대와 법대는 서울 도심인 종로구 동숭동에 있었다. 그러나 서울대는 1975년 도심의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인지 당시 오지나 다름없던 관악산 아래로 옮겨갔다.

서울대학교가 동숭동 등 서울 도심에 있던 시절 서울대를 다녔던 김원 건축가는 “현재는 대학로에 소수의 공연장 외에는 소비시설만이 가득한데 도심에 서울대가 있었더라면 여러 측면에서 훨씬 더 서울 도심에 활력과 매력을 줬을 것”이라고 당시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서울대뿐 아니라, 대전의 충남대나 목원대 등 많은 대학들이 도시 팽창과 함께 도심에서 외곽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도심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을 도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유치하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제주 도심의 주민·상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제주대 도심캠퍼스 유치 추진위원회’(상임대표 고신관·삼도2동 주민자치위원장)는 지난 9일부터 대학병원 주변 도심 지역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선 것은 도심에 있던 제주대병원이 내년 3월까지 제주대 부근 아라동으로 완전히 옮겨지고, 이로 인해 도심 공동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이 지역은 한때 제주시 최고의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오후 9시만 지나면 거의 인적이 끊어진다”며 “그나마 대학병원이 있어서 버텼는데, 내년 3월에 이마저 옮겨가면 아예 문을 닫는 상가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현재의 대학병원을 리모델링해 대학 캠퍼스와 학생 기숙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시민 3만여명 서명을 받아 이달 말께 제주대와 제주도, 도 의회에 제주대 도심 캠퍼스 유치를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제주대병원 터는 6656㎡이며, 옛 건물과 새 건물의 건축 연면적은 9952㎡이다. 이 터와 건물은 기획재정부가 소유자이며, 제주대가 관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대쪽에서도 긍정적이다. 제주대 이춘기 음악학과 교수는 “지난 1일 음악학과와 미술학과 교수회의가 열려 예술학부를 도심의 제주대병원 자리로 옮기는 방안에 상당한 공감을 형성했다”며 “예술학부를 도심으로 옮기면서 도심에서의 예술활동이나 시민 평생교육원의 프로그램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학과 함께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이 함께 주변에 들어설 수 있다면, 구도심을 재창조하고, 뿌리깊은 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예산만 뒷받침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강의도 할 수 있다”고 큰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100~120억원으로 추산되는 병원 리모델링·대학 이전 비용이다. 제주대 김익수 사무국장은 “애초 제주대병원 터는 매각해 대학병원 시설비로 사용할 계획이었다”며 “대학을 유치하려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희수 제주도 의원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시·도의 예산을 이 곳에 지원하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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