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합격해도 돈 때문에 업소 주변 일
함께 자활시작 동료 대부분 다시 업소로
함께 자활시작 동료 대부분 다시 업소로
“솔직히 지금도 돈이 궁하면 옛날 생각이 나요”
지난 2006년 7월. 10여년간의 성매매 종사자 생활을 접고 ‘제2의 삶’을 선택한 이지수(30·가명) 씨. 무작정 업소를 나온 뒤 제일 처음 달려간 곳은 대입 검정고시 학원이었다. 정부의 ‘자활 지원금’이 적잖은 힘이 됐다. 1년 동안 매달 학원비와 생활비 42만원이 지급됐다.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지난해 3월 수도권의 한 대학에 합격했지만 곧장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정부 지원금 대상이 ‘학원과 교육원 등의 비용’으로 제한돼, 등록금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300만원 가까운 등록금은 커녕 당장 점심값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입학과 동시에 휴학을 하고 동대문에서 옷을 떼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당장의 생계비 문제 때문에 ‘자활’을 쉽게 포기한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면 한 달에 최소한 네 차례는 센터에 가야하고, 한 번이라도 빠지면 생계비가 지급되지 않는다”며 “다른 일을 하면서 꼬박꼬박 센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이씨와 함께 업소를 나와 자활을 시작한 10여명 중 대부분은 6개월도 안 돼 다시 업소로 돌아갔다.
이씨는 요즘 학교 수업이 끝나면 성매매 여성들의 미용·피부 관리를 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업소에 있을 때 단속에 걸려 맞은 벌금 750만원과 카드빚 1000만원, 여든살이 넘은 노부모의 생활비와 등록금이 이씨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마땅한 생계 수단이 없는 이씨가 ‘업소 주변’을 맴도는 까닭이다. “지금도 ‘한 달만 일하면 1년 등록금이 나온다’며 연락을 해 오는 업주들이 있어요. 솔직히 돈 때문에 힘들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납니다.” 자활을 결심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유혹’을 떨쳐내는 게 쉽지 않다고 이씨는 토로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이씨는 “‘탈 성매매 여성’들이 함께 모여 사는 자활 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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