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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매매 접은지 2년…돈 궁하면 아직 생각나”

등록 2008-09-23 14:50

대학 합격해도 돈 때문에 업소 주변 일
함께 자활시작 동료 대부분 다시 업소로
“솔직히 지금도 돈이 궁하면 옛날 생각이 나요”

지난 2006년 7월. 10여년간의 성매매 종사자 생활을 접고 ‘제2의 삶’을 선택한 이지수(30·가명) 씨. 무작정 업소를 나온 뒤 제일 처음 달려간 곳은 대입 검정고시 학원이었다. 정부의 ‘자활 지원금’이 적잖은 힘이 됐다. 1년 동안 매달 학원비와 생활비 42만원이 지급됐다.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지난해 3월 수도권의 한 대학에 합격했지만 곧장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정부 지원금 대상이 ‘학원과 교육원 등의 비용’으로 제한돼, 등록금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300만원 가까운 등록금은 커녕 당장 점심값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입학과 동시에 휴학을 하고 동대문에서 옷을 떼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당장의 생계비 문제 때문에 ‘자활’을 쉽게 포기한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면 한 달에 최소한 네 차례는 센터에 가야하고, 한 번이라도 빠지면 생계비가 지급되지 않는다”며 “다른 일을 하면서 꼬박꼬박 센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이씨와 함께 업소를 나와 자활을 시작한 10여명 중 대부분은 6개월도 안 돼 다시 업소로 돌아갔다.

이씨는 요즘 학교 수업이 끝나면 성매매 여성들의 미용·피부 관리를 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업소에 있을 때 단속에 걸려 맞은 벌금 750만원과 카드빚 1000만원, 여든살이 넘은 노부모의 생활비와 등록금이 이씨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마땅한 생계 수단이 없는 이씨가 ‘업소 주변’을 맴도는 까닭이다. “지금도 ‘한 달만 일하면 1년 등록금이 나온다’며 연락을 해 오는 업주들이 있어요. 솔직히 돈 때문에 힘들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납니다.” 자활을 결심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유혹’을 떨쳐내는 게 쉽지 않다고 이씨는 토로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이씨는 “‘탈 성매매 여성’들이 함께 모여 사는 자활 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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