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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차 대신 사람’…버밍엄 온기 되살렸다

등록 2008-10-26 21:30

영국 버밍엄에서는 도시 경제의 쇠퇴를 반전시키기 위해 도심의 차도를 덮어 보행자 언덕을 만든 뒤 쇼핑 거리를 조성해 도심에 다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뉴 스트리트 기차역 앞의 불링 지역 모습.
영국 버밍엄에서는 도시 경제의 쇠퇴를 반전시키기 위해 도심의 차도를 덮어 보행자 언덕을 만든 뒤 쇼핑 거리를 조성해 도심에 다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뉴 스트리트 기차역 앞의 불링 지역 모습.
70~80년대 제조업 쇠퇴·실업률 증가 불황 겪어
도심지를 보행자 거리로…한해 방문객 3천만명
영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버밍엄은 산업혁명 뒤 1960년대까지 영국의 대표적인 자동차·기계 공업 도시로 번영했다. 그러나, 1970~1980년대 제조업의 쇠퇴로 1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고, 실업률은 20%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전환점이 된 것은 1988년 버밍엄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백출한 ‘하이베리 이니셔티브’ 국제 도시설계 심포지엄이었다.

이 심포지엄을 전후로 ‘도심 전략’(1987년), ‘도심 디자인 전략’(1990년) 등 버밍엄 시청의 급진적 정책들이 제시됐다. 버밍엄 시청의 패트릭 윌콕스 유럽 자금 담당 과장은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을 따라 1950~1960년대 차량 중심으로 바뀐 도심 지역을 다시 보행자 중심으로 돌려놓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먼저 버밍엄 뉴 스트리트 기차역 앞의 쇼핑 거리인 뉴 스트리트와 불링이 만나는 지역의 자동차 도로를 보행자 언덕으로 덮었다. 차도를 사실상 지하화함으로써 이 곳을 보행자 천국으로 만들고 쇼핑 거리를 다시 조성했다. 뉴 스트리트 외에 이 일대의 하이 스트리트, 코퍼레이션 스트리트, 불 스트리트, 체리 유니언 스트리트 등이 모두 차량이 다닐 수 없는 보행자 전용 거리로 바뀌었다.

1999년~2003년 사이에는 ‘유럽 펀드’를 통해 5억 파운드(1조원)를 불링 지역에 투자해 보행자 언덕과 함께 셀프리지 백화점 등 11만㎡의 상업공간을 짓고, 140개의 소매점과 카페, 레스토랑을 새로 들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불링 지역에서만 8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한해 방문객이 3천만명을 넘어서는 등 버밍엄은 런던에 이어 영국의 두번째 관광·쇼핑 도시가 됐다.

불링 재생 사업의 성공에는 수준 높은 건축도 한몫 했다. 런던의 도시연구소 ‘어번 플라즈마’의 양도식 소장은 “셀프리지 백화점의 현대적 디자인은 세인트 마틴 교회, 불링 광장과 어울리면서 독특한 장소성을 만들어냈다”며 “도시 재생 사업에서 단기적 이익에만 몰두하지 말고 공간 브랜드를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밍엄은 불링 개발 덕에 2000~2005년 국내외에서 모두 48건의 도시·건축·재개발 분야 상을 받았다.

버밍엄 시청의 윌콕스 과장은 버밍엄 발전의 원동력을 ‘소프트 경제’ 덕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무도 도심에 살려 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도심의 보행자 공간과 음악공연장, 미술관, 극장 등 문화 시설에 투자했다. 도심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니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했다. 이것이 소프트 경제다.”

런던/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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