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지회장·불만 품은 회원
총회장과 임직원 감금·폭행
총회장과 임직원 감금·폭행
고엽제전우회가 내부 주도권을 둘러싸고 회원들 간에 감금·폭행 사태를 빚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7일 고엽제전우회 중앙회 사무실에 난입해 총회장과 상근 임직원 등을 감금·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 단체 전 서울남부지회장 이아무개(60)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일반 회원 정아무개(59)씨 등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이씨 등 전·현직 지회장 4명은 현 중앙회 지도부에 불만이 있는 일반 회원 29명과 함께 ‘중앙회 장악 모의’를 한 뒤, 지난달 20일 오전 10시께 쇠파이프·야구방망이·목검 등으로 무장한 용역업체 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서울 용산구 중앙회 사무실에 난입했다. 이들은 이형규 총회장 등 임직원 15명을 감금한 채 폭력을 휘두르며 “5분 안에 사임서를 쓰고, 집행부를 비롯한 모든 임직원을 사퇴시키라”고 협박했다.
사무실 진입 당시 이들은 중앙회 간부를 지내 내부 구조를 잘 아는 회원을 먼저 들여보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부순 뒤, 전화선을 모두 뽑아 외부 연락을 차단했다. 그러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이 총회장이 출장 중인 한 간부에게 ‘사무실이 반대파에 점거당했으니 빨리 복귀하라’는 문자를 보냈고, 이 간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이달 초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 휴게실에서 이씨를 위원장으로 ‘비상수습대책위’를 결성해 ‘쿠데타 모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03년에도 ‘6·23 사태’라 불리는 쿠데타로 반대파가 중앙회를 습격한 적이 있었다”며 “중앙회에서 이권·수익사업 등을 운영하다 보니 이런 일이 빈번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4년 지회장 재직 때 비리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아 회원 자격이 박탈된 뒤 이 총회장에게 지속적으로 복권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데 앙심을 품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지난 3월 현 집행부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했으나 최근 무혐의 처분이 나자, 아예 세를 규합해 중앙회를 무력으로 장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춘화 권오성 기자 sflower@hani.co.kr 황춘화 권오성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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