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의원 “불나기 전 소방차량 물 뿜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4일 “용산 철거민 참사 당시 경찰이 시위 진압에 소방장비를 동원한 것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어 “용산소방서의 무선 녹취기록을 분석한 결과, 경찰의 요청으로 출동한 소방 장비와 인력이 애초부터 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등 법률에서 정한 목적에서 벗어나서 경찰의 철거민 농성 진압작전에 활용할 목적으로 투입되었음이 밝혀졌다”며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경찰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에는 소방기본법상의 소방장비를 경찰장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소방장비를 시위 진압에 사용한 것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소방차량이 물을 뿜기 시작한 시점은 건물에서 불이 나기 전”이라며 “경찰의 거듭되는 방수 요청에 따라 진압작전을 엄호하기 위해 물을 뿜은 것으로, 이는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등 소방에 필요한 활동이 아니라 경찰과 함께 철거민 농성을 진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어떤 과정과 절차를 통해서 화재의 진압을 위한 소방장비와, 화재나 재난·재해 등 위급한 상황에서 인명 구조에 나서야 할 소방대가 어떻게 철거민 농성자들의 해산과 검거를 위한 도구로 동원됐는지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더구나 소방 장비와 인력의 위법한 사용을 요구한 경찰과 이를 그대로 따른 소방당국이 이번 용산 참사의 원인이 되었음이 여러 정황을 통해 이미 드러났음에도 검찰은 이에 대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조사 목적과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화재 등에 대비해 소방대원이 대기중이었으며, 사용 장비는 경찰 물포가 아닌 건물 소화전을 끌어다 쓴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도 “화재에 대비해 출동했으며, 진압 목적으로 물을 뿌린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강희철 최현준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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