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소득 공개 꺼려…세입자 요구 완강히 거부
월세 인상·인하로 타협도…국세청 “계약서로 신청 가능”
월세 인상·인하로 타협도…국세청 “계약서로 신청 가능”
보증금 1천만원, 월세 45만원짜리 원룸에 사는 회사원 류아무개(27·서울 흑석동)씨는 최근 월세 문제로 집주인과 마찰을 겪었다. ‘월세도 소득공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월세 영수증’을 요구했더니, 집주인은 대뜸 “그럼 월세를 올려주든지 방을 빼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계약기간이 1년 넘게 남은 류씨가 강하게 항의하자 집주인은 그제야 “임대소득이 노출돼 곤란해 그렇다”며 한발 물러섰다. 류씨는 “집주인이 세금 안 내려고 세입자한테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올해 2월부터 월세도 소득공제가 가능해지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집주인들이 임대소득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월세 현금영수증’ 발급을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원룸에 사는 정아무개(30)씨는 월세 영수증을 요구했다가 집주인한테 “부가가치세를 내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정씨는 “집주인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테니 당신이 부가가치세 10%를 물어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월세를 내려주겠다’며 타협안을 제시하는 집주인도 있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서 월세 50만원짜리 원룸에 사는 최아무개(28)씨는 “집주인이 월세 2만원을 내려줄 테니 소득공제 신청을 하지 말라고 한다”며 “어떤 게 더 이득이 되는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집주인들도 아우성이다. 서울 신촌 ㅇ공인중개사무소 정아무개(38) 대표는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신청하면 어떤 불이익이 생기는지 물어오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다가구 임대사업을 하면서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은 탈세 사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임대소득이 다 과세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현행 규정상 2주택 이상 소유자는 모두 월세 임대소득을 신고해야 하지만, 1주택 소유자는 기준시가 9억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또 소득세법상 주택 임대소득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다.
ㅈ공인중개사무소 조아무개(36) 대표는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이유로 월세를 올릴 경우 자칫 세입자만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민간 임대 세입자도 집주인의 허락 여부와 관계없이 국세청에 임대차 계약서와 현금거래 확인 신청서만 내면 소득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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