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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0평 줬는데…33평 주면서 1억 더내라니”

등록 2009-02-24 14:19

‘싼값에 특별분양권’ 구청직원 말에 속은 박씨
박신희(58)씨는 2003년 20년 넘게 살아온 서울 은평구 역촌동 165㎡(50평)짜리 집을 서울시에 내줬다. 은평구청이 노인복지회관을 짓겠다며 강제수용에 나섰기 때문이다. 은평구청 직원은 “공익사업으로 철거된 사람들은 싼값에 ‘특별분양 아파트’ 입주권을 준다. 이건 거의 ‘로또’ 수준”이라며 박씨를 설득했다. 박씨는 결국 공시지가로 3.3㎡(평)당 500만원의 보상비와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 아파트 입주권을 받고 정든 집을 내줬다.

그러나 특별분양 아파트는 로또가 아닌 ‘쪽박’이었다. ‘특별분양’은 일반 입주자 선정에 앞서 우선 분양권을 준다는 뜻일 뿐, 분양가가 일반 분양보다 낮다는 뜻이 아니었다. 박씨에게 배정된 ‘강일리버파크’의 평당 분양가는 1050만원으로, 박씨가 입주할 33평형 아파트 분양가는 3억5천만원이었다. 박씨는 “50평에서 33평으로 집 크기가 줄어드는데, 보상가에다 1억을 더 얹어야 입주가 가능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서울시에 속아 집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사업 때문에 살던 집을 강제수용 당하고 아파트 입주권을 받아 온 가구주가 강일지구에만 2350명에 이른다. 공공사업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에 집과 땅을 넘긴 이들이다. 높은 일반 분양가가 적용된 탓에 지난해 11월 1차 계약이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계약금을 낸 가구는 61%(993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갈등은 1990년대 이후 대한주택공사와 서울시 에스에이치(SH)공사 등이 수도권 일대에서 벌인 택지개발 예정지구 곳곳에서 반복돼 ‘철거 투쟁’의 단초를 제공해왔다. 경기 오산시 수청동 주민 김아무개(49)씨는 2004년 18평짜리 빌라를 주공에 넘기고 4800만원을 손에 쥐었다. 빚 600만원을 갚고 남은 돈은 4200만원에 불과한데 아파트 분양가는 2억원을 웃돌았다. 김씨 등 주민 30여명은 2005년 4월 망루 농성을 택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 한 명이 숨졌다.

2003년 서울 성북천 복원 사업으로 집을 수용당한 이성민(37)씨는 “당시 주변 시세가 평당 1천만원이었지만 500만원으로 보상비가 책정됐다”며 “아파트를 싸게 준다고 약속만 안 했어도 계속 버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살던 땅의 시세는 지금은 평당 1500만~2천만원에 이른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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