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유족 인터뷰] “남편 꿈에 나타나 아프다고 해요”

등록 2009-03-17 16:56수정 2009-03-17 20:42

최근 용산4구역 철거가 재개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용산참사 유족 권명숙씨. 김도성피디.
최근 용산4구역 철거가 재개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용산참사 유족 권명숙씨. 김도성피디.
“우리 아저씨 반드시 명예 회복 시켜드릴 것”
[인터뷰] 용산참사 유족 권명숙씨

“고인이 그렇게 비참하게 죽은 뒤 아직도 차가운 냉동고 속에서 장례도 못치르고 있어요. 최소한 진상규명이 이뤄진 뒤에라도 철거를 재개할 순 없는 건가요.”

16일 서울 순천향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만난 권명숙(47·고 이성수씨의 부인)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분통을 터뜨렸다.

권씨 가족은 용인 신봉 재개발 지구에 살다 지난 해 5월 8일 살던 집을 강제 철거당했다. 천막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던 권씨 가족의 가장 고 이성수씨는 “없는 사람 형편은 없는 사람이 알아줘야 한다”며 용산 철거민 세입자들을 위해 지난 1월 19일 망루에 함께 올랐다 변을 당했다.


고 이성수씨는 원래 망루에서 탈출한 것으로 사진에 찍혔는데 주검은 망루 안에서 발견됐다. 이때문에 권씨는 “구타로 사망한 뒤 (경찰이) 화재로 숨진 것처럼 위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 권씨는 “사망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라도 이뤄진 다음 철거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아직까지 꿈에 남편이 보인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나타나요. 아프다고 합니다. 한번은 (사고가 난) 그날 그대로 옷차림을 하고 ‘다리 이식 받아야 한다’며 나타났어요. 빨리 수술시켜달라고요. 또 한번은 물끄러미 절 쳐다만 보고 갔습니다.”

권씨는 애써 “이제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다”고 말했지만 인터뷰 중간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에 대한 꿈 이야기를 꺼낼 때는 서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이제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하지만 유가족들은 더이상 좌절하지 않을 겁니다. 악에 받혀서라도 스스로를 다져나가야지요. 우리 아저씨 반드시 명예 회복 시키고 고이 하늘로 보내드릴 거에요.”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다음은 일문 일답.

-11일 용산 4구역에 철거가 재개됐다.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할 말이 없더라. 사람이 죽어나갔는데 아무리 국가가 자본가들의 세상이라지만 최소한의 절차라는 걸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유가족들은 가족이 어떻게 죽었는지 확인도 못했다. 주검도 부검 다 끝내놓고 보여주고 아직까지 남일당 건물은 오르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거가 말이 되나. 서울시 책임자가 ‘시간이 돈이다’고 했다는데 그럼 우리는 쓰레기만도 못한가. 피가 없다는 것인가. 내 몸을 던져서라도 강제 철거를 막을 거다.

-언제까지 철거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인가

=사망 원인이 제대로 밝혀진다면 철거에 동의할 수도 있겠다. 의혹 투성이 부검 결과만 남았다. 우리 아저씨는 분명 망루를 탈출했었다. 유품인 지갑도 하나도 안탔고 허리띠도 남았다. 그런데 몸만 탔다는 게 말이 되나. 최소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고 명예회복이 될 때까지 철거 재개는 안된다.

-장례는 왜 안치르고 있나

=장례 치르는 순간 진상 규명은 물건너 간다. 분명 민사재판으로 가서 질질 끌 거다. 그러다 흐지부지 될 거다. 그럴 순 없다.

-고 이성수씨는 용산 세입자가 아니었는데 망루엔 왜 함께 올라간 건가

=우리 아저씨는 원래 뭐 하나도 나눠쓰는 사람이다. 그 사람들 혼자 힘으로는 안될 것 같아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도와주러 간 거다. 뭘 바라서 올라간 게 아니다. 없는 사람 심정은 없는 사람이 더 잘 알아줘야 한다더라. 그랬는데 그런 변을 당한 거다. 똑같이 생존권 투쟁을 해본 사람만이 그 심정을 안다.

-당신도 철거민이었나

=그렇다. 용인 신봉 재개발지구에 살다 철거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해 5월 8일 강제 철거당했다. 아이들 교복이며 숟가락 하나까지 하나도 못챙기고 쫓겨나야 했다. 세 식구가 추운 천막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살아왔다.

-‘경찰이 용산 세입자 유가족에게만 보상해 줄 계획이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기가 막힌다. 우린 경찰로부터 들은 얘기가 없다. 헛소문을 기사로 쓸 수 있는 건가. 우리 유가족을 와해시키려는 것 같다.

-요즘 어떻게 지냈나

=이젠 흘릴 눈물도 없다. 유가족들은 모이면 결의한다. 울지 말자고.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아저씨가 꿈에 나타나 아프다고 말한다. 한번은 그 날 입고 갔던 옷 그대로 나오더니 ‘다리를 이식 받아야 한다’고 그러면서 ‘빨리 수술시켜 달라’고 하더라. 마음이 아팠다. 한번은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가고.

-용산참사가 잊혀져가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거다. 때론 이런 생각도 한다. ‘밟아라. 그러면 그럴수록 우린 악에 받혀 다져질 거다’고. 1명이라도 촛불을 들어준다면 우린 절대 힘 빠지지 않을 거다.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뭔가

=우린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숨진 분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그래서 고인을 하늘에 고이 보내드리는 게 꿈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1.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2.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그만 나대라. 장기말 주제에 건방진 것들”…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3.

“그만 나대라. 장기말 주제에 건방진 것들”…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의대 교수들,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 4.

의대 교수들,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

72살 친구 셋, 요양원 대신 한집에 모여 살기…가장 좋은 점은 5.

72살 친구 셋, 요양원 대신 한집에 모여 살기…가장 좋은 점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