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숙 작가
한국방송 ‘피디집필제’ 맞서 비대위 꾸린 정종숙 작가
“작가는 제1시청자…토론 거쳐 주관 배제”
‘제작비 절감’ 명분 비정규직 희생양 삼아 “차마고도, 누들로드 …. 이런 ‘명품 다큐’ 누가 만들었나? 좋은 피디와 좋은 작가가 결합한 한국적 제작시스템의 산물이다. 일본 <엔에이치케이>에도 팔고 영국 <비비시>에도 팔았다. <한국방송>의 글로벌미디어 가능성도 열었다.” <한국방송>에서 작가 생활 20년째인 정종숙(사진)씨의 머릿속엔 오로지 ‘방송’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그는 ‘방송’을 만들 수 없다. 한국방송이 지난 4월 말부터 시행중인 피디집필제 때문이다. 그가 맡았던 <역사추적>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지난달 초 동료 작가 150명과 함께 피디집필제에 반대하는 ‘한국방송 작가협의회 비상대책위’를 꾸려, 현재 한국방송작가협회 케이비에스 사태 비대위원 자격으로 한국방송 경영진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사쪽은 피디집필제로 피디 역량과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작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는 곧 작가 퇴출이자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는 조처라는 것이다. 정 작가는 8일 “피디 역량 강화를 내세운 피디집필제는 용어부터 틀렸다”고 말했다. “‘피디 역량=집필’이 아니다. 작가 죽이기는 곧 피디 죽이기이자 프로그램 죽이기”라고 단언했다. 피디와 작가는 30년간 함께 프로그램을 굴려온 수레바퀴의 두 축과도 같다. 한 축이 무너지면 다른 축도 무너진다는 것이다. 10일 2차 협상에서도 사쪽이 양보를 하지 않을 땐, 한국방송 내부·외주작가 350명은 물론, 공중파 방송 4사 다큐 구성작가 전원이 제작 거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한국방송작가협의회 쪽은 ‘피디집필제’로 현재까지 50명의 작가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피디가 글을 쓸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게 최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거다. 혼자 모든 영역을 감당하라는 건 프로그램 질은 무시하자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제작비 절감을 위해 방송사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비정규직 작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도 그는 이해하기 힘들다.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이병순 한국방송 사장은 경비절감을 통한 경영수지 개선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피디 집필의 이유로 한국방송 쪽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든 것도 ‘작가 모욕’이라고 했다. “작가는 제1시청자로 피디와 끊임없는 토론을 하며 주관에 빠질 위험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엔에이치케이를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 거기는 정규 제작인력이 우리보다 2배 이상 많다”며 “저비용 고효율 피디-작가시스템을 무너뜨리게 되면 장기적으로 제작비를 상승시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제작비 절감’ 명분 비정규직 희생양 삼아 “차마고도, 누들로드 …. 이런 ‘명품 다큐’ 누가 만들었나? 좋은 피디와 좋은 작가가 결합한 한국적 제작시스템의 산물이다. 일본 <엔에이치케이>에도 팔고 영국 <비비시>에도 팔았다. <한국방송>의 글로벌미디어 가능성도 열었다.” <한국방송>에서 작가 생활 20년째인 정종숙(사진)씨의 머릿속엔 오로지 ‘방송’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그는 ‘방송’을 만들 수 없다. 한국방송이 지난 4월 말부터 시행중인 피디집필제 때문이다. 그가 맡았던 <역사추적>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지난달 초 동료 작가 150명과 함께 피디집필제에 반대하는 ‘한국방송 작가협의회 비상대책위’를 꾸려, 현재 한국방송작가협회 케이비에스 사태 비대위원 자격으로 한국방송 경영진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사쪽은 피디집필제로 피디 역량과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작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는 곧 작가 퇴출이자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는 조처라는 것이다. 정 작가는 8일 “피디 역량 강화를 내세운 피디집필제는 용어부터 틀렸다”고 말했다. “‘피디 역량=집필’이 아니다. 작가 죽이기는 곧 피디 죽이기이자 프로그램 죽이기”라고 단언했다. 피디와 작가는 30년간 함께 프로그램을 굴려온 수레바퀴의 두 축과도 같다. 한 축이 무너지면 다른 축도 무너진다는 것이다. 10일 2차 협상에서도 사쪽이 양보를 하지 않을 땐, 한국방송 내부·외주작가 350명은 물론, 공중파 방송 4사 다큐 구성작가 전원이 제작 거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한국방송작가협의회 쪽은 ‘피디집필제’로 현재까지 50명의 작가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피디가 글을 쓸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게 최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거다. 혼자 모든 영역을 감당하라는 건 프로그램 질은 무시하자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제작비 절감을 위해 방송사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비정규직 작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도 그는 이해하기 힘들다.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이병순 한국방송 사장은 경비절감을 통한 경영수지 개선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피디 집필의 이유로 한국방송 쪽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든 것도 ‘작가 모욕’이라고 했다. “작가는 제1시청자로 피디와 끊임없는 토론을 하며 주관에 빠질 위험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엔에이치케이를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 거기는 정규 제작인력이 우리보다 2배 이상 많다”며 “저비용 고효율 피디-작가시스템을 무너뜨리게 되면 장기적으로 제작비를 상승시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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