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내부 통신망에 한상률 전 청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을 상대로 파면 또는 해임 등 중징계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12일 징계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당사자에게 직위해제 사실을 통보해, 사실상 파면이나 해임 등을 미리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남지역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6급 직원 김아무개씨는 10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12일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지난 8일자로 광주지방국세청장 명의의 직위해제 통보서가 전달됐다”며, “징계위를 열기도 전에 직위해제를 통보하는 것은 국세청 수뇌부가 사실상 파면이나 해임 등의 결정을 내려놓고 형식적인 절차만 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김씨에 대해 국가공무원법과 국세청 공무원 행동강령상의 ‘품위 유지 위반’ 등의 근거를 들어 징계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청이 김씨에게 보낸 ‘직위해제 처분 사유 설명서’에는 직위해제 사유로 “파면·해임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중인 자”라고 명시돼 있다.
이준일 광주지방국세청 감사관은 “김씨를 직위해제한 것은 징계위의 공식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공무 집행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조처일 뿐, 그 자체가 징계는 아니다”라며, “김씨에 대한 징계 여부는 12일 열릴 징계위에서 결정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징계위는 광주청 소속 국장급 4명과 운영지원과장 등 5명으로 구성된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국세청 내부통신망(인트라넷) ‘나의 의견’ 난에 ‘나는 지난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씨는 이 글에서 “전직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내몰기까지 국세청이 단초를 제공했다”며 “지금이라도 국세청 수뇌부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착수의 이유, 왜 관할 지방국세청(부산국세청)이 아닌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서 조사를 하게 했으며, 왜 대통령에게 직보를 했는지 등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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