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송준근(68)씨
한국 온 이미륵기념사업회장 송준근씨
“이미륵 선생은 평생을 조선 선비의 정신으로 살다 가신 분입니다. 독일 사람들도 이미륵의 꼿꼿하고 정직한 성품을 높이 평가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도 바로 나부터 정직하고 올바르게 사는 ‘이미륵 정신’이 아닐까 싶어요.”
강직했던 독립운동가…‘압록강은 흐른다’ 큰 반향
“묘지 영구계약에 4천여만원, 영화에 관심 가져주길” 독일 뮌헨에 사는 동포 송준근(68·사진)씨는 스스로를 ‘이미륵 묘지기’라 칭한다. 매년 3월이면 뮌헨 근교 그레펠핑에 있는 이미륵의 묘를 참배하고, 뮌헨을 찾는 한국인이 있으면 자청해서 이미륵 묘소로 안내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1970년 광부가 되어 독일로 간 뒤 부친의 제사를 모시지 못하는 대신 이미륵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셈이다. 이미륵(1899~1950)은 경성의전에 재학 중 3·1운동에 가담했다가 일본 경찰의 탄압을 피해 압록강을 건넌 뒤 상하이를 거쳐 20년 독일에 정착했다. 28년 뮌헨대학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딴 그는 전공과는 무관하게 <압록강은 흐른다>를 비롯한 자전소설들을 독일어로 발표해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나치 치하에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백장미 사건’에 연루되어 처형된 뮌헨대 총장 쿠르트 후버를 비롯한 독일의 지식인, 예술가들과도 막역한 교분을 쌓으며 독일에 한국과 동양사상을 전파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미륵 선생은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입도비조’(入島鼻祖)인 셈입니다. 독일인들 사이에서도 존경과 신망을 한몸에 받으셨고 지금도 그분을 그리워하는 독일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됩니다. 그런 분을 정작 재독 한인들이나 고국의 동포들이 잊어 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픕니다.” 뮌헨에서 ‘이미륵기념사업회’(www.mirokli.com)를 꾸려 관련 사업을 챙기고 있는 송씨는 지난달 말 귀국해서 각계 요로를 찾아 다니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선생의 묘지에 대한 영구계약을 하려 합니다. 보통은 7년이나 14년, 아니면 25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곤 합니다만, 우리 세대가 죽고 나면 누가 묘지 계약이나마 챙길까 싶어서 이참에 아예 영구계약으로 전환하려고요. 그러자면 2만5천 유로(한화 약 4400만원)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11월 <에스비에스> 창사특집극으로 방영되었던 한·독 합작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가 영화로 만들어져 서울 강변시지브이(CGV)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송씨는 “에스비에스 쪽에서 수익금의 25%를 기념사업회에 기부하기로 했다”며 “많은 분들이 영화를 관람해서 묘지 계약에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묘지 영구계약에 4천여만원, 영화에 관심 가져주길” 독일 뮌헨에 사는 동포 송준근(68·사진)씨는 스스로를 ‘이미륵 묘지기’라 칭한다. 매년 3월이면 뮌헨 근교 그레펠핑에 있는 이미륵의 묘를 참배하고, 뮌헨을 찾는 한국인이 있으면 자청해서 이미륵 묘소로 안내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1970년 광부가 되어 독일로 간 뒤 부친의 제사를 모시지 못하는 대신 이미륵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셈이다. 이미륵(1899~1950)은 경성의전에 재학 중 3·1운동에 가담했다가 일본 경찰의 탄압을 피해 압록강을 건넌 뒤 상하이를 거쳐 20년 독일에 정착했다. 28년 뮌헨대학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딴 그는 전공과는 무관하게 <압록강은 흐른다>를 비롯한 자전소설들을 독일어로 발표해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나치 치하에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백장미 사건’에 연루되어 처형된 뮌헨대 총장 쿠르트 후버를 비롯한 독일의 지식인, 예술가들과도 막역한 교분을 쌓으며 독일에 한국과 동양사상을 전파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미륵 선생은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입도비조’(入島鼻祖)인 셈입니다. 독일인들 사이에서도 존경과 신망을 한몸에 받으셨고 지금도 그분을 그리워하는 독일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됩니다. 그런 분을 정작 재독 한인들이나 고국의 동포들이 잊어 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픕니다.” 뮌헨에서 ‘이미륵기념사업회’(www.mirokli.com)를 꾸려 관련 사업을 챙기고 있는 송씨는 지난달 말 귀국해서 각계 요로를 찾아 다니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선생의 묘지에 대한 영구계약을 하려 합니다. 보통은 7년이나 14년, 아니면 25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곤 합니다만, 우리 세대가 죽고 나면 누가 묘지 계약이나마 챙길까 싶어서 이참에 아예 영구계약으로 전환하려고요. 그러자면 2만5천 유로(한화 약 4400만원)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11월 <에스비에스> 창사특집극으로 방영되었던 한·독 합작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가 영화로 만들어져 서울 강변시지브이(CGV)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송씨는 “에스비에스 쪽에서 수익금의 25%를 기념사업회에 기부하기로 했다”며 “많은 분들이 영화를 관람해서 묘지 계약에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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