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3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전교조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객한 뒤 수거한 물품을 담은 상자를 나르고 있다. 전교조 본부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1989년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교과부 “선언참여 막아라” 방침 전달
압수목록에 시국선언교사 명단 포함
다른 지부들도 연쇄 압수수색 가능성
압수목록에 시국선언교사 명단 포함
다른 지부들도 연쇄 압수수색 가능성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2차 시국선언’ 차단에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차 시국선언을 주도한 교사들을 고발하자 경찰은 지난 1~2일 발빠르게 고발인 조사를 마친 데 이어, 3일에는 전교조 본부와 서울지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전교조 본부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이런 신속한 움직임은 무엇보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2차 시국선언’을 막기 위한 압박용 조처로 풀이된다. 전교조의 한 간부는 “시국선언에 예상보다 많은 교사들이 참여해 파장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경찰이 강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의 압수 물품 목록에는 수사 대상도 아닌 ‘시국선언 교사 명단’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교사들의 2차 시국선언 참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전교조는 보고 있다. 서명 교사들의 소속 학교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시국선언 움직임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교조는 지난달 26일 교과부가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및 고발 방침을 밝히자, 이에 맞서 2차 시국선언을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전교조가 2일 공개한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이라는 제목의 2차 시국선언 초안에는 △표현의 자유 보장 △시국선언 교사 징계 철회 등의 요구사항이 담겨 있다. 전교조는 이달 중순까지 전국 교사들의 서명을 받은 뒤, 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을 통해 교사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동영상] 전교조 압수수색 “전두환 시대에도 없었던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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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교과부는 전교조가 시국선언을 강행할 경우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엄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성희 학교자율화추진관은 “2차 시국선언 내용에 대한 법률 자문을 받아 볼 필요가 있겠지만, 일단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지난 1일 시·도 교육청에 ‘교사들이 시국선언 서명에 참여하지 말도록 지도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으며, 2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에도 이런 방침을 전달했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정부의 이런 강경 대응 기류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또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교과부의 지시대로 전교조 시·도지부 간부들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 전교조에 대한 압수수색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전교조는 한편으론 공안당국이 이번 수사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이용해 전교조를 겨냥한 ‘공안 사건’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공안당국이 압수수색한 전교조 내부 자료를 샅샅이 뒤져 꼬투리를 잡고 전교조를 공안정국의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전교조는 한편으론 공안당국이 이번 수사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이용해 전교조를 겨냥한 ‘공안 사건’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공안당국이 압수수색한 전교조 내부 자료를 샅샅이 뒤져 꼬투리를 잡고 전교조를 공안정국의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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