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께 부친 9년만의 첫 한글편지
일본인 이노세 요시미, 편지쓰기대회 대상
“어머님, 셔터만 누르면 자동으로 필름을 감아주는 카메라를 일본말로 ‘바까청 카메라’라고 불렀어요. 근데 나중에 교회 언니한테 놀라운 사실을 들었어요. ‘바까청 카메라’의 뜻은 ‘바보도, 조선사람도 쓸 줄 아는 카메라’래요. 그 사실을 알고 너무 마음이 아프고 잘못된 역사가 원망스러웠고 ‘모른다’는 것도 죄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경북 봉화에 사는 이노세 요시미(40·가운데)는 시집온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한글로 시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안녕하세요’밖에는 한국말을 모르던 며느리에게 일본말로 인사를 건네주던 그 시어머니는 그에겐 친어머니와 다름없다.
첫아이 유산과 둘째, 셋째 출산 때 열이 나서 땀에 젖은 며느리의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성스레 닦아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시어머니는 남편을 전쟁에서 잃고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나를 친딸처럼 돌봐주셨다. 어머님은 잔혹한 역사를 몸소 겪은 분이지만 항상 미소를 머금고 나를 대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가 쓴 ‘우리 오까아상(어머니)께’라는 편지는 16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본부장 남궁민)가 개최한 ‘제10회 보은의 달 편지쓰기 대회’에서 대상(일반부)을 수상했다. 모두 6만8505통의 편지가 응모된 이번 대회에서 중·고등학생부 대상은 조혜진(군산여상 2)양이, 초등학생부 대상은 최주영(충주 남산초 6)군에게 돌아갔다. 입상작들은 작품집으로 발간돼 전국 우체국과 입상학생의 학교에 배포될 예정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우정사업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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