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르웨이의 숲〉의 노진수(39) 감독
부천영화제 주목받는 ‘노르웨이의 숲’ 노진수 감독
부천영화제(16~26일)에 ‘물건’ 하나가 나타났다. 호러와 코미디의 경계를 흐리며 장르를 갖고 노는 영화 <노르웨이의 숲>의 노진수(39·사진) 감독. 그는 일찍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영화 문법으로 우리 주변의 캐릭터들을 스크린에 현시한다.
영화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동네 야산을 찾은 등장인물 8명이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무섭기보다는 우스꽝스럽다. 마치 코언 형제나 타란티노의 영화를 봤을 때처럼 유쾌하면서도 괴이한 느낌을 준다. 자칭 비(B)급 영화를 지향한다는 이 작품의 낯선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동네 뒷산 연쇄살인, 독특한 공포 ‘매력’
“제작은 B급처럼…사회적 주제 담고싶어” 그는 간단치 않은 영화광이다. 고2 때부터 지금까지 3만편 정도의 영화를 보았을 거라고 한다. 비디오 가게 아줌마가 ‘신프로’ 받기 전에 그와 상의할 정도였다. “그렇게 10년간 맹목적으로 영화에 집착하다 지쳤다는 생각이 든 순간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다.” <연풍연가>의 소품 담당으로 시작한 그의 이른바 ‘입봉기’(감독이 첫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이력을 뜻하는 은어)는 파란만장하다. <텔 미 썸딩> 제작부, <순애보> 연출부를 거쳤고,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각색을 필두로 10편 가까이 각색을 했는데, 결국 “다 엎어졌다.” 그리고 이름만 빌려달라고 해서 승낙했다가 엉뚱하게 연출을 떠맡았던 첫 영화까지. <노르웨이의 숲>은 그의 두번째 영화지만 사실상 데뷔작이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1억원.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찍기 전에 공간을 먼저 생각했다. 화장실에서 90%를 찍은 <쏘우>처럼 ‘숲’에서 모든 걸 끝내겠다는 생각이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조명을 쓸 수 없어 촬영은 낮에만 했다.
“비급 공포 영화와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그가 보기에 공포 영화는 대단히 사회적인 영화다. “좀비 영화의 효시라 불리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에서 좀비는 노동자를, 불안에 떠는 가족은 부르주아를 뜻”한다. 공포와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얼마든지 “계급적인 관점”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작가 영화와 비급 영화가 제 영화 안에서 공존했으면 좋겠어요. 만듦새는 비급을 지향하지만, 내용이나 주제는 예술영화인. 그렇다고 홍상수나 김기덕처럼 개인적인 주제에 천착하고 싶지는 않고, 좀더 사회적인 얘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주류 코드는 아니지만 상업 영화를 지향하는 이유죠.” 그는 <노르웨이 호텔> <노르웨이 병원>으로 이어지는 노르웨이 3부작을 계획하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무의식을 뜻하는 ‘숲’에서 무의식과 인식의 문제를 탐구했다면, “<노르웨이 호텔>은 리비도(내면의 성적 충동)가 폭발하는 야한 영화가 될 것 같고, <노르웨이 병원>에서는 사회적 주제를 다룰” 생각이다. 풀어놓을 얘기보따리가 많은 감독을 만나는 순간은 벅차다. 노 감독은 올해 부천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발견’임에 틀림없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제작은 B급처럼…사회적 주제 담고싶어” 그는 간단치 않은 영화광이다. 고2 때부터 지금까지 3만편 정도의 영화를 보았을 거라고 한다. 비디오 가게 아줌마가 ‘신프로’ 받기 전에 그와 상의할 정도였다. “그렇게 10년간 맹목적으로 영화에 집착하다 지쳤다는 생각이 든 순간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다.” <연풍연가>의 소품 담당으로 시작한 그의 이른바 ‘입봉기’(감독이 첫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이력을 뜻하는 은어)는 파란만장하다. <텔 미 썸딩> 제작부, <순애보> 연출부를 거쳤고,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각색을 필두로 10편 가까이 각색을 했는데, 결국 “다 엎어졌다.” 그리고 이름만 빌려달라고 해서 승낙했다가 엉뚱하게 연출을 떠맡았던 첫 영화까지. <노르웨이의 숲>은 그의 두번째 영화지만 사실상 데뷔작이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1억원.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찍기 전에 공간을 먼저 생각했다. 화장실에서 90%를 찍은 <쏘우>처럼 ‘숲’에서 모든 걸 끝내겠다는 생각이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조명을 쓸 수 없어 촬영은 낮에만 했다.
“비급 공포 영화와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그가 보기에 공포 영화는 대단히 사회적인 영화다. “좀비 영화의 효시라 불리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에서 좀비는 노동자를, 불안에 떠는 가족은 부르주아를 뜻”한다. 공포와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얼마든지 “계급적인 관점”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작가 영화와 비급 영화가 제 영화 안에서 공존했으면 좋겠어요. 만듦새는 비급을 지향하지만, 내용이나 주제는 예술영화인. 그렇다고 홍상수나 김기덕처럼 개인적인 주제에 천착하고 싶지는 않고, 좀더 사회적인 얘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주류 코드는 아니지만 상업 영화를 지향하는 이유죠.” 그는 <노르웨이 호텔> <노르웨이 병원>으로 이어지는 노르웨이 3부작을 계획하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무의식을 뜻하는 ‘숲’에서 무의식과 인식의 문제를 탐구했다면, “<노르웨이 호텔>은 리비도(내면의 성적 충동)가 폭발하는 야한 영화가 될 것 같고, <노르웨이 병원>에서는 사회적 주제를 다룰” 생각이다. 풀어놓을 얘기보따리가 많은 감독을 만나는 순간은 벅차다. 노 감독은 올해 부천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발견’임에 틀림없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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