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조의 표시 어떻게 할까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맞아 북한 쪽이 어떤 방식으로 조의를 표해 올지 주목된다. 북쪽은 그동안 남북관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남쪽 인사들의 장례 기간에 조전을 보내거나 조문단을 파견했다.
무엇보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사상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또 북쪽이 남북관계와 민족통일의 금자탑이자 대헌장으로 강조하는 6·15 공동선언에 김 위원장과 함께 서명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장례에 예우를 갖추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북쪽이 어떤 형식으로 조의를 밝힐지는 두고 봐야 한다. 북쪽은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는 김 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을 빌려 보내 왔다. 김 위원장은 조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상사로 서거했다는 소식에 접하여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쪽은 이를 별도로 유가족에게 전달하진 않았다. 북쪽은 조전을 보내온 바로 이날 오후 2차 핵실험을 강행해, ‘국상’의 슬픔에 빠져 있던 남쪽 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번에도 북쪽은 김 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는 방식으로 조의를 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노 전 대통령 서거 때와 마찬가지로 남북 사이 판문점 직통 채널이 아직도 단절돼 있어 전달 통로나 형식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 서거 때와 달리 이번엔 북쪽이 조전과 더불어 고위급 조문단을 보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달리 김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보다 연배가 높다. 특히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던 노 전 대통령 서거 무렵과 달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 위원장이 16일 면담을 하는 등 남북관계가 다소 나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조문단 파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북쪽이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17~27일)을 한-미가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어 조문단 파견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바로 다음날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냈고, 이틀 뒤엔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의 조문단을 보내 애도했다. 2004년엔 문익환 목사 10주기에 맞춰 7명의 조문단을 보냈다.
손원제 이용인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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