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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망명지서 뿌린 ’인권’ 씨앗 ‘민주화’로 꽃펴

등록 2009-08-20 19:22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워싱턴의 DJ 자취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주항쟁 직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뒤 미국 망명 생활을 시작했다. 망명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으나, 부인 이희호씨는 사지에서 돌아온 남편과 저녁을 함께할 수 있었던 그때를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들”로 기억한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도 민주화 운동을 이어가기 위해 83년 워싱턴에 한국인권문제연구소를 창설했다. 김 전 대통령은 연구소를 터전으로, 미국 각지에서 강연회 등을 통해 한국의 민주화 지원을 호소했다. 미국의 정치인, 학자, 사회단체 지도자, 언론인 등과도 긴밀한 유대를 쌓았다. 문동환 목사는 “김 전 대통령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만 했다. 통일문제를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 토론하고, 강연을 하는 등 잠시도 쉬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85년 귀국한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뒤에는 연구소 문을 닫을 것을 요구했다.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민수정 전 인권문제연구소장은 “2000년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뵀는데, ‘이제 한국의 민주화도 일어났다. (연구소를 계속 두면)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활동을 멈추라’고 했다”며 “반대가 있었지만, 뜻에 따라 폐쇄했다”고 전했다. 민 소장은 “지난 2007년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민주평화연구소’가 새로 설립돼 막 활동을 하려던 때에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에는 또 인권문제연구소의 후신 격인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소장 신대식 목사)가 설립돼 역시 김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고 있다. 연구소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그리고 해외동포들의 권익을 위해 생을 바친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말했다.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는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에도 워싱턴지역 40여단체 합동으로 범동포추모위원회를 구성하고 합동분향소를 운영한 바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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