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희생자 김남훈 경사 아버지
“철거민도, 경찰도 모두 피해자입니다. 철거민들이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떠나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연말에 협상타결 소식이 들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진 9일, 또다른 희생자인 김남훈(사진)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58)씨는 “용산참사 철거민들이 누군가의 아버지였듯, 우리 아이도 누군가의 아들이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9일 새벽 그는 아들이 묻혀 있는 대전 현충원에 홀로 다녀왔다. 원래는 이날 서울역 영결식에 참석할 생각이었지만, 마음을 바꿨다. “가해자를 경찰로, 피해자를 용산참사 유족으로 대립시키는 일부의 태도가 염려돼 포기했다”면서도 “원불교당에서 치른 49재 때 돌아가신 다섯 분의 위령제를 함께 올렸듯이 애도를 비는 마음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제 아들은 맡은 일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고, 철거민 희생자들도 생존권을 위해 (그곳에) 있었을 뿐이고요. 저도 아들을 잃은 아버지로 피해자인데, 저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간할 수 없습니다.” 20년간 개인택시를 몰았던 김씨는 아직도 운전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운전을 하다 경찰들과 마주치면 아들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아들을 잃은 뒤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아내 생각에, 그는 9일 밤 혹시라도 참사현장 건물 모습이 뉴스에 나올까봐 텔레비전도 꺼둔 채 집에서 조용히 보냈다. “지나가다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이라도 좀 없어졌으면 했는데, 이제 해결됐으니…. 새해엔 더 이해하고 화해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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