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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4대강에 투자할 돈, 인천에도 좀 써주지…”

등록 2010-06-06 21:50수정 2010-06-06 22:28

6일 오후 인천 남동구 간석네거리 횡단보도를 지나는 주민들의 머리 위로 6·2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당선 인사 펼침막이 빼곡히 내걸려 있다.
 인천/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6일 오후 인천 남동구 간석네거리 횡단보도를 지나는 주민들의 머리 위로 6·2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당선 인사 펼침막이 빼곡히 내걸려 있다. 인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인천 남동구 ‘다’ 선거구를 가다
6·2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민심’이 화두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여론조사나 정치권의 셈법에 바탕을 둔 예측이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민심의 ‘속살’을 제대로 읽어내라는 유권자들의 엄한 꾸짖음이다.

<한겨레>는 지난 5일 인천시 남동구 ‘다’선거구(만수2·3·5동, 간석3동)를 찾았다. 이 지역에선 시장·구청장·시의원의 ‘정권교체’가 고루 이뤄졌다. 특히 수도권 사상 처음으로 ‘진보정치’를 표방하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무엇이 이런 거대한 변화를 불러온 것일까? 선거를 통해 나타난 주민들의 바람은 무엇일까?

■ 독단적인 정부에 실망 “이번엔 정당을 바꿔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에 투표했다. 사는 게 힘드니까 ‘이놈의 정부’ 하며 표를 던진 것 같다.”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이아무개(60)씨의 말이다. 그는 “4대강에 투자할 돈이면 인천에 투자하지, 왜 욕먹어 가며 그 많은 돈을 강에다 투자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은주(25)씨는 “정부가 4대강과 세종시 문제 등을 너무 독단적으로 풀어가는 것 같아 정권 심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위에 투표 독려 문자를 많이 보냈다”고 말했다. 주부 조아무개(42)씨는 “평소에는 인물을 보고 찍는데, 이번엔 너무 심하다 싶어 당을 보고 찍었다”고 털어놨다.

세종시 등 ‘독단’에 반감
“야당 의견도 좀 듣기를”


이것이 민심이다
좀더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과일 노점을 하는 함주호(56)씨는 “정권 심판이라는 말은 정치권에서나 하는 소리이고, 엄밀히 말하면 국민의 말을 들으라는 견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한두희(26)씨처럼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이 찍었다”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선거의 최대 이슈로 여겨졌던 천안함 사건은 여당에 유리한 쪽으로만 작용한 것 같지는 않았다. 미용실을 하는 서아무개(41)씨는 “가뜩이나 혼란스러운데 바뀌면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해 한나라당을 찍었다”고 밝혔다. 반면 화장품 가게를 하는 한순자(54)씨는 “천안함 때 희생된 군인 중에 강남 출신이나 번듯한 집안 자식이 있더냐. 대부분 고등학교만 졸업한 없는 서민들 자식이라는 게 억울해 투표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다’ 선거구의 6·2지방선거 결과
인천 남동구 ‘다’ 선거구의 6·2지방선거 결과
■ 오래된 지방정부도 ‘물갈이’ 주민들은 오랫동안 지방 정치를 독식했던 한나라당에 대한 구체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연길(55)씨는 “구청장은 3번, 시장은 2번을 했다. 고인 물은 썩는 것이고 실제 잘못된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 안상수 시장은 이번에 또 하면 마지막 3선째니까 무사안일주의로 갈 것 같아 안 찍었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이아무개(46)씨의 비판은 더 신랄했다. “안상수 시장이 일을 많이 벌리고 하나도 제대로 마무리를 못했다. 자전거도로에 돈을 썼지만 활용도가 떨어졌고, 송도축제 한다고 가로등 교체하는 데 돈을 얼마나 썼나. 그 축제마저 신종 플루 때문에 엉망이 되고, 시 재정이 7조원이나 적자가 됐다.”

범야권 단일 후보였던 배진교 남동구청장 당선자 쪽도 “한나라당 일색이었던 지역에서 ‘변한 게 별로 없다’는 인식이 선거 판세의 핵이었다”고 전했다. 인천시청과 남동공단, 인천대공원 등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이면서도 송도새도시에 밀려 구도심으로 전락한 것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컸다고 한다.

■ 평소 인물됨, 내게 필요한 공약 간석자유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박아무개(48)씨는 “(구청장 당선자) 배진교씨가 시장에 자주 찾아오던데, 젊고 일을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정당 색깔이나 지지율이 낮은 것은 상관없었다”고 말했다. 함주호씨도 “배 당선자가 인천대공원 입장료 무료화에 앞장섰던 사람인데, 지역 일을 많이 했고 남동구 쪽에 4번인가 출마를 했었다. 인지도도 높고 기대감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아무개(49)씨는 “3선을 한 구청장이 안일했던 것 같다. 가게를 하더라도 주인이 바뀌면 좀 새롭게 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출마했던 후보들은 공약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예상보다 예리했다고 털어놓았다. 배진교 당선자 쪽은 “아이들 보육·교육 문제가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보육·교육과 더불어 일자리, 주차·교통 문제를 선거공약의 중심으로 삼은 게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신동수 시의원(민주당) 당선자 쪽도 “선거 유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지역 현안 등에 매우 밝아 놀랐다”며 “이런 뜻을 잘 반영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고 말했다.

■ 주민들은 무얼 기대할까 회사원 나은주(29)씨는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정부·여당이 주민들의 목소리를 더 경청하게 되길 희망했다. “현 정부는 귀닫고 눈감고 입으로만 말한다. 인터넷에 나오는 얘기들이 요즘 텔레비전에는 하나도 안 나온다. 이런 이유로 정권 심판 차원에서 투표했다. 이야기를 많이 들으라고, 자기네 당 의견보다 남의 당 의견을 들으라는 차원이었다.”

주부 조아무개(42)씨는 선거 뒤 정부·여당의 반응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만족하고 기대를 했는데, 한나라당이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서민들의 생활이나 지역 현안이 구체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초등학생 아들 두 명을 둔 주부 양아무개(33)씨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이 다니는 인동초등학교는 영어시범학교라 그런지 학생 수가 꽤 많다. 그런데 급식실이 없고 밥차가 와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인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후보들이 전부 무상급식 이야기를 했는데, 적자 상태인 인천시 재정으로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

또 양씨는 “초등학교 시험문제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엄마들이 다 챙겨야 해서 요즘엔 아이들 시험이 있으면 엄마들끼리 모여서 공부를 한다”며 “공약대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방과후학교나 사교육 없는 학교가 된다면 정말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백승헌(38)씨는 “송도새도시는 아파트 위주가 아니라 외부업체를 유치하는 등 투자가 들어와야 하고, 비어 있는 구도심에 있는 이들의 삶에 대한 대책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년 뒤 다시 심판받을 당선자들에 대한 경고도 있었다. 박아무개(48)씨는 “이번에 야당이 휩쓴 것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다”며 “한꺼번에 다 뽑히면 지난 선거 이후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전진식 송채경화 이승준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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