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23일 오전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 인근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것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도쿄에선 3년째 금요집회
광주선 매일 1인시위
“근로정신대 배상하라”
미쓰비시·일 정부에 촉구
광주선 매일 1인시위
“근로정신대 배상하라”
미쓰비시·일 정부에 촉구
[현장] 시민모임·나고야 소송지원회, 일본서 삼보일배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절을 했다. 23일 오전 9시30분께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 앞에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손해배상을 촉구하는 삼보일배가 시작됐다. 이상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장과 서정성 광주시의원 당선자 등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 회원 8명은 “미쯔비시 사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미쓰비시중공업 본사까지 300여m를 절하고 걸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자, 김선호 광주시교육의원 당선자,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재학 신부 등 10여명은 펼침막을 들고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와 유족 등 4명의 뒤를 따랐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나고야소송지원회) 회원 30여명도 한-일 연대투쟁에 동참했다.
“기가 콱 막히지요. 99엔으론 일본에서 껌 한 통도 못 산다잖아요?”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82·광주시)씨는 “그때 안 줬던 내 월급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44년 5월부터 이듬해 10월 말까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제작소에서 일했으나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전라(138명)·충청(150명) 지역의 13~15살 소녀 288명이 피해자다. 6명의 소녀는 44년 12월 대지진 때 목숨을 잃었다. 또 생존자들도 귀국 뒤 정신대라는 명칭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로 오해받아 혼담이 깨지거나 이혼하는 등 아픔을 겪기도 했다. 양씨 등 피해자 8명이 1999년 3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를 기각했다. 65년 ‘한-일 협정 체결로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게 이유였다.
일본 정부는 재판이 끝난 뒤에야 소송단이 신청한 7명의 후생연금 납입 기록을 내놓았다. 12년 만이었다. 하지만 이 자료는 강제노역을 부정하던 미쓰비시중공업의 거짓말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됐다. 일본 정부는 이들 7명이 제기한 후생연금 탈퇴 수당금 반환 신청 소송에서 99엔(1250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자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액수다. 시민모임 이국언 사무국장은 “11개월 미만 후생연금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15일치 일당 지급 기준에 따라 탈퇴 수당을 99엔으로 책정했다”며 “99엔을 현재 금액으로 환산할 것과 후생연금 존재를 모른다고 속인 것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심사 청구를 해놓았으나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시민모임과 나고야소송지원회는 이날 미쓰비시중공업을 방문해 한국 시민 13만4162명이 서명한 용지 네 상자를 전달했다. 이용섭 의원도 한국 여야 국회의원 100명의 서명용지를 건넸다. 일본 재판부는 손해배상 기각을 결정하면서 미쓰비시중공업이 자체적 구제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미쓰비시는 이를 무시해왔다. ㈜니시마쓰건설이 지난해 10월 중국인 강제연행 노무 피해자들과 기금신탁 방식으로 역사적 화해를 한 것과 다른 태도다. 미쓰비시중공업은 ‘7월15일까지 이 문제를 해결할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만 답변했다. 두 단체는 이날 오후 이시게 ‘전후 보상을 생각하는 민주당 의원 연맹’ 사무국장을 만나 협조를 당부하고, 일본 내각부에도 시민·국회의원 서명 용지를 전달했다.
1988년 나고야 근로정신대 문제를 처음 안 뒤 20여년 동안 진상규명에 나선 다카하시 마코토(67) 회장은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연행 희생자 보상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양심적’ 시민 1100여명이 참여한 나고야소송지원회는 2007년 7월부터 매주 금요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앞에서 141회째 금요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모임도 지난해 10월부터 날마다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희용 시민모임 대표는 “1910년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올해 한·일 두 지역 시민단체가 과거사 청산을 위한 ‘평화의 길’(피스 로드)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