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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아버지, 이제야 독립운동가 인정되셨네요

등록 2010-08-17 21:40

김정옥씨
김정옥씨
‘성서조선 필화사건’ 김교신 선생 딸 김정옥씨
보훈처 ‘자료 부족하다’며 외면
일본 기록 찾아 올해 건국포장
9월30일까지 유품 등 특별전시

지난 12일 광주에 사는 김정옥(78·사진)씨는 오랫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이날 그가 방문한 곳은 빼어난 기독교 사상가이자 마라토너 손기정을 길러낸 참스승 김교신(1901~45) 선생이 <성서조선> 필화사건으로 1년 동안 복역했던 서울 서대문형무소였다. ‘강제병합100년 공동행동 한국실행위원회’가 새달 30일까지 여는 특별 전시회 <거대한 감옥, 식민지에 살다>의 개막식에 참석하는 길이었다. 김 선생의 넷째딸인 그는 이 전시회에 숟가락·밥그릇 같은 생활용품과 육필 원고 등 선친의 유품들을 기증했다.

<성서조선>은 성서 중심의 신앙생활을 추구하는 일본 무교회주의자 우치무라 간조에게 함께 배운 김 선생과 함석헌 선생 등이 만든 월간 잡지다. 기독교사를 연구하는 이들은 이 잡지를 “1930년대 이후 조선 민중을 흔들어 깨운 죽비소리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선생은 42년 3월치 권두언인 ‘조와’(弔蛙)에서 “지금 우리에게 오는 모든 동상(凍傷)은 춘양(春陽)의 부활을 확실히 하고자 하는 데 없을 수 없는 과정”(중략)이며 “우리의 소망은 오직 부활에 있고 부활은 봄과 같이 확실히 온다”고 적어 필화를 겪는다. 눈 밝은 조선총독부 관리들이 머지않아 사라질 ‘동상’은 일본 제국주의의 가혹한 지배, 마침내 다가올 ‘춘양’을 기다리는 개구리는 조선 민족을 뜻한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 글로 인해 김·함 선생 등은 옥고를 치르고 잡지는 폐간되는 아픔을 겪는다.

김 선생은 지난 65돌 광복절에 ‘성서조선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공적이 인정돼 건국포장을 수여받았다. 그러나 서훈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2008년 2월부터 “부친을 독립운동가로 인정해 달라”며 국가보훈처에 5번이나 신청을 했지만 돌아온 답은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 뿐이었다. “보훈처에서도 선친이 ‘성서조선’의 주필이고, ‘조와’를 쓴 사람이라는 것은 인정한대요. 그런데 수형기록 같은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얘기였어요.”

그런데 올해 초 뜻밖의 발견이 이뤄졌다. 지난 3월 민족문제연구소가 일본 후쿠오카에서 손에 넣은 일본 검사 이시카와의 함흥 지역 3·1운동 관련 수사 기록 중에서 ‘김교신’ 이름이 발견된 것이다.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자료실장은 “지난 3·1절 때 이 수사기록을 소개한 티브이 뉴스에서 전체 1분40초의 방송 내용 가운데 김 선생의 이름은 살짝 스치고 지났을 뿐인데, 따님이 예리하게도 알아보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 자료마저 없었다면 아버지는 여전히 독립운동가로 인정 못받았을 것”이라며 보훈당국의 무성의를 내내 아쉬워했다.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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