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흥국생명 사장 등 불러…큐릭스 인수의혹 집중조사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비자금 규모와 성격, 조성 경위 등에 대한 파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이번주부터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과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를 소환하기에 앞서, 회사 핵심 간부들을 상대로 정·관계 로비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지난 22일 진헌진(48) 전 흥국생명 및 티브로드 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회장과 고교·대학 동기인 진 전 사장은 오용일 현 태광산업 부회장과 함께 큐릭스 인수 등 케이블티브이 사업 확장을 위한 로비를 담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진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태광그룹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할 당시에도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앞으로 계열사 사장 등 그룹 핵심 관계자 등을 추가로 조사하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로비 의혹에 대해 우선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티브로드의 전 팀장 문아무개(38)씨가 “회사 지시로 (성접대 등) 로비를 했는데 억울하게 퇴직했다”며 로비 정황이 담긴 자료와 함께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 상태이고,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큐릭스 인수 로비 의혹과 관련한 지난해 수사기록을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주 안에 문씨와 당시 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방통위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비자금 규모와 성격 등에 대해 윤곽을 잡은 검찰이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서두르는 것은 최종적으로 이 회장 모자의 소환을 염두에 둔 조처로 풀이된다. 태광그룹 차명주식 등을 통해 조성된 대규모 비자금의 경우 이 회장 쪽이 어머니인 이 상무의 소유라고 주장하며 피해갈 수 있고, 일부 비자금은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로서는 이 회장 모자를 소환하기에 앞서 확실하게 이들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룹 임직원직들한테서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 이 회장 모자에 대한 수사가 한결 쉬워진다고 보는 것이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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