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입법예고 불구 “교과부 명확한 지침 없었다”
학생들 “일방적 인상 우려…빨리 함께 논의를”
학생들 “일방적 인상 우려…빨리 함께 논의를”
각 대학의 2011학년도 등록금 책정 시기가 다가오면서, 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와 참여를 보장하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지난 9월 말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설치 등 등록금 심의에 학생들을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지금껏 등심위를 연 대학은 연세대 1곳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생들의 등심위 설치 요구에 대해 ‘교과부로부터 어떠한 지침도 받은 바 없다’며 논의를 미루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총학생회가 9월에 ‘민주적 등심위 설치’ 등 8대 요구안을 학교 쪽에 전달했지만, 학교는 “시행령이 확정되면 논의하자”는 태도다. 역시 9월부터 등심위 설치를 요구한 고려대 총학생회도 학교 쪽에서 같은 답변을 들었다.
전지원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지난달 학생처와의 면담에서 학교 쪽은 ‘시행규칙이 나오면 교과부 지침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며 “교과부는 등심위 구성 등에 학교 자율권을 주겠다고 하는데, 학교는 교과부 지침에 집착하고 있어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윤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도 “지금까지 학교가 열었던 등록금협의회는 대부분 일방적인 통보 수준이었다”며 “심의·의결 권한을 가진 등심위를 하루빨리 구성해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유일하게 등심위를 연 연세대도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세대 등심위에는 학생 대표 5명과 학교 쪽 관계자 5명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정다혜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연세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지난해 등록금을 소폭 인상했는데, 올해 협상은 인상되기 전인 2009학년도 기준으로 진행하게 돼 있어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이 이처럼 등심위 설치를 요구하는 이유는 경기침체 등으로 지난 2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온 주요 대학들이 이번에는 일제히 등록금을 올릴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각 대학들은 12월 말~1월 초에 등록금 인상 논의를 시작해 1월 말에 학생들에게 결과를 통보했는데, 이번엔 등심위를 일찍 시작해 충분히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교과부는 이르면 12일 관련 지침이 담긴 공문을 각 대학에 보낼 예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는 규칙에 대한 법제처 심의가 끝나면 세부 지침을 각 대학에 보내지만, 이번엔 관련 문의가 너무 많아 이례적으로 심의가 끝나기 전에 지침을 먼저 내려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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