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명예 실추” 횡령 고발한 교수 4명 파면·해임
교수협회 “투명성 훼손” 비판…내일 비상 토론회
교수협회 “투명성 훼손” 비판…내일 비상 토론회
서강대가 ‘국책 연구비 횡령’ 사건을 감사해 교수 5명을 무더기로 파면·해임한 것(<한겨레> 10일치 10면)과 관련해, 학내 교수들이 징계 수위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연구비를 횡령한 교수와 횡령 사실을 문제제기한 교수들이 모두 파면·해임되면서, 학내 문제를 외부로 알린 이들에 대한 ‘경고성 징계’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14일 서강대와 교수협의회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3월 서강대 경영학과 학과장을 맡게 된 이아무개 교수는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같은 학과 남아무개 교수가 국가지원 사업인 연구중심대학(WCU)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수천만원의 연구비를 부당집행·횡령한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총장에게 보고했다. 이어진 재단 감사에서 남 교수가 연구비 9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고, 7월 초 남 교수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대학 쪽은 남 교수의 사직서를 반려하고 ‘경영대 전면 특별감사’를 벌였고, 처음 횡령 의혹을 제기한 이 교수와 뒤늦게 문제제기에 동참했던 다른 교수 3명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다. 학교 쪽의 조처에 반발한 이 교수 등은 남 교수를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갈등이 커졌다.
결국 서강대는 지난 9일 남 교수와 이 교수를 파면하고 나머지 교수 3명을 해임하기로 결정하면서 “연구비 횡령뿐 아니라 내부고발 과정에서 이 교수 등이 학생과 교수 등을 폭행·협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단 쪽이 남 교수 외에 4명의 교수를 함께 파면·해임한 이유를 보면, ‘내부 비위를 외부에 유출한 사실’에 무게가 실려 있다. 재단은 이 교수 등에 보낸 징계처분 사유설명서에 “(재단이) 진정 사건에 대해 정당하게 감사를 진행하고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이 교수 등은 남 교수를 형사고발하고 언론사에 이 사건을 제보해 복종 의무를 위반,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교원으로서 품위 유지와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고발자에 대한 이런 징계는 학내에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서강대 교수협의회는 “경영대 비리를 고발한 교수를 징계 회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두 차례 성명을 냈다. 같은 달 열린 이사회에서도 개방형 사외이사 2명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사안은 곤혹스러운 문제”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이사회는 뒤늦게 문제제기에 합류한 교수 3명에 대해 ‘경징계’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결국 징계위원회를 거치며 해임이라는 중징계로 바뀌었다. 반면 내부 감사 과정에서 연구비 68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한 교수는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경고’ 통보를 받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서강대는 “징계 부분과 관련해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서강대 교수들은 재단 쪽의 이런 징계에 반발해 16일 ‘재단과 대학의 파행적인 학교 운영에 대한 비상 교수 대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내부 비리를 고발한 사람을 징계하는 것은 대학의 투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