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제기뒤 연구비 집행 중지
학교가 ‘괘씸죄 적용’ 시각 많아
학교가 ‘괘씸죄 적용’ 시각 많아
서강대가 국책 연구비를 횡령한 교수 1명과 횡령 의혹을 제기했던 교수 4명을 무더기로 파면·해임한 사건(<한겨레> 15일치 11면)과 관련해, 서강대 교수들이 의혹을 제기했던 교수 4명의 징계 재검토를 요구하기로 했다. 특히 교수들은 “내부 고발자 4명에 대한 중징계의 배경에는 학교 쪽의 패쇄적인 대학 운영과 성과 우선주의 등이 깔려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서강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6일 저녁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입장을 정리하고, 이 문제를 논의하는 전체 교수회의 소집을 대학에 요청하기로 했다. 교수협 관계자는 “내부고발에 참여했던 교수들이 ‘학교가 징계 근거로 내세우는 학생 인권침해 등은 결코 없었다’는 진정서를 보내왔다”며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교수회의를 소집하는 데 대부분의 교수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강대는 이들 교수 4명의 징계 이유에 대해 “내부 고발 과정에서 특정 학생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권을 짓밟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교수들 사이에선 이번 중징계를 ‘괘씸죄’로 보는 시각이 많다. 횡령 의혹이 불거진 뒤 학교가 외부 조사를 받게 되고 국가연구비 지원금액 감소 등의 불이익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서강대는 이번 사건으로 지난 8월 연구비를 지원한 연구재단의 실사를 받았고, 회의비 과다집행 등이 적발돼 사업비 집행이 중지됐다. 더구나 연구개발 규정을 보면, 연구비 유용 사실이 적발되면 연구 협약은 중단되고, 해당 사업단과 교수는 최장 5년간 국책연구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학교의 관리소홀까지 인정될 경우 학교 평가 등급이 떨어지는 등의 불이익이 생긴다.
이런 이유 탓인지 서강대 재단 쪽은 자체 감사를 통해 경영학과 남아무개 교수가 연구중심대학(WCU) 연구비 90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재단감사는 횡령 사건에 대한 2쪽 분량의 중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내용의 4분의3 정도를 남 교수의 연구성과로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연구비 횡령 등이 적발되면 연구비가 회수되고 이후 국가 지원사업을 다시 따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학 내부가 폐쇄적이다보니 내부 자정능력까지 봉쇄하면서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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